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미국 해외 선교가 시작된 곳 ‘건초더미 기도운동’ 진원 윌리엄스대학 가보니…

입력 2022-07-11 03:05:02
기념비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학중 목사.
 
네모 안은 기념비 의미를 담은 안내판 사진.


기념비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잣나무가 우거진 교정의 한복판에 있었다. 높이가 4m 정도인 기념비의 꼭대기엔 지구 모양의 커다란 구(球)가 놓여 있고, 비석 몸통엔 영문으로 이런 문구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우리의 선교지는 세계다. 여기가 미국의 해외 선교가 시작된 곳이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이 기념비를 마주한 곳은 미국 보스턴에서 서쪽으로 260㎞ 떨어진 작은 마을 윌리엄스타운에 위치한 윌리엄스대학이었다. 기념비는 1806년 자발적으로 시작된 ‘건초더미 기도운동’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기념비 주변에 이 운동의 의미를 전하는 안내판도 설치돼 있었다.

기도운동의 시작을 이끈 주인공은 새뮤얼 밀즈(1783~1818)다. 1806년 윌리엄스대학에 입학한 밀즈는 미국 사회에 영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친구들과 작은 기도 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그해 8월 친구 4명과 함께 학교 인근 숲에서 작은 기도회를 열기로 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고 한다. 이들은 비 피할 장소를 찾다가 건초더미가 쌓인 곳으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세계 선교의 소명을 다지는 기도회를 열었는데 이것이 기도운동의 시작이 됐다. 이 같은 배경이 있기에 기념비엔 밀즈를 포함한 청년 5명의 이름과 건초더미 모양을 구현한 조각도 새겨져 있었다.

건초더미 기도운동은 미국의 세계선교 사역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기도운동의 정신은 ‘평신도 전도왕’으로 통한 드와이트 무디(1837~1899) 등에게 이어졌다. 세계 선교에 불을 댕긴 ‘학생 자원 운동’(Student Volunteer Movement)도 이 운동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미국의 많은 청년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는데, 한국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미국 선교사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나 헨리 아펜젤러(1858~1902)도 그중 일부였다. 즉 한국 복음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건초더미 기도운동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건초더미 기도운동의 출발지를 살피는 취재엔 국민일보 취재팀과 경기도 안산 꿈의교회(김학중 목사), 월드비전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국내 언론이 이곳을 취재한 것은 처음이다.

취재에 동행한 월드비전 F&D(Faith and Development) 실장인 권오진 목사는 “윌리엄스대학은 미국의 청년들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해외 선교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기도를 드리기 시작한 곳”이라며 “건초더미 기도운동의 정신은 훗날 2만명 넘는 청년이 해외 선교의 소명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대학 방문은 한 미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미국 선교 사역의 현장과 역사를 살피기 위해 기획된 행사 중 하나다. 김학중 목사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미국 선교의 시작을 막연하게 상상했는데 막상 윌리엄스대를 방문하니 마음이 정결해지고 경건해지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세계 곳곳에 뿌려진 건초더미 기도운동의 씨앗이 자라 생긴 열매 중 하나가 한국교회”라며 “한국의 많은 청년이 이곳의 의미를 알았으면 한다. 건초더미 기도운동과 무디의 삶 등을 살핀다면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매사추세츠주)=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