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복과 나비’는 장 도미니크 보비라는 프랑스인이 쓴 책입니다. 손이 아니라 눈으로 썼습니다. 저자는 43세 때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가 됩니다. 이후 회복됐지만 왼쪽 눈 외에는 모든 몸이 마비됐습니다. 그를 도왔던 사람이 알파벳을 읽을 때 자기가 원하는 글자를 읽으면 왼쪽 눈을 깜박입니다. 그렇게 해서 단어를 만들고 문장을 구성해 마침내 책을 완성합니다. 육신은 잠수복을 입은 것처럼 자유롭지 못했지만 마음은 나비처럼 훨훨 날았습니다. 그는 눈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해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불평과 원망은 행복에 겨운 자의 사치스러운 신음입니다.’ 그는 사랑하는 아들을 안아주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토로했습니다. 침을 삼킬 자유, 숨 쉴 자유, 아이를 안을 자유가 얼마나 감사한 자유인지요.
오늘은 일제로부터 자유를 다시 찾은 77주년 광복절입니다. 이미 몸은 나비처럼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지만, 마음은 잠수복에 갇혀 있는 것처럼 이런저런 불평과 원망으로 눌려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날이기도 합니다.
김성국 목사(미국 뉴욕 퀸즈장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