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시절, 이름도 기괴한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Death Valley)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혀 본 적 없는 신비한 풍경을 지닌 곳이었습니다. 사막인데 산도 있고 물은 없지만 강바닥은 보이는데, 워낙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곳이라 수분이 증발하고 소금이 강처럼 펼쳐져 있기도 했습니다.
데스밸리 근처에 가니 다양한 경고판이 계속 나타났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온이 너무 높으니 에어컨을 끄고 운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차량 과열 사고를 막기 위한 경고였습니다. 또 하나는 맹독성 파충류를 조심하라는 거였습니다. 몇 방울의 수분으로 1년을 버티는 동물들이어서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고 했습니다. 1년 내내 비가 오지 않고 뜨거운 햇볕만 내리쬐어 생물이 살 수 없는 곳, 그곳이 바로 데스밸리였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최근 홍수가 났다고 합니다. 1000년에 한 번 있을 확률이랍니다. 1년 강우량이 350㎜인데 하루에 그 비가 내렸다는군요.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는 부흥과 복의 선언인데, 어쩐지 저주의 경고로 들립니다. 정신 차리고 창조 질서를 회복해야겠습니다.
김종구 목사(세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