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서, 그것들을 뽑아버릴까요?”(마 13:28, 새번역) 밀밭에서 가라지를 본 종들이 한 말입니다. 가라지는 싹이 나고 자랄 때는 밀과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밀알이 여물 때는 눈에 확 뜨입니다. 밀보다 훨씬 더 크고 이삭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밀밭에 왕성하게 자라는 가라지는 얼마나 눈에 거슬립니까. 저 나쁜 가라지를 모조리 뽑아 불태워서 나쁜 종자의 씨를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다. 가라지를 뽑다가, 가라지와 함께 밀까지 뽑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마 13:29, 새번역) 당장 가라지를 뽑자는 종들에게 주인이 한 말입니다. 무슨 말일까요. 주인은 백해무익한 가라지를 내버려 두라는 게 아닙니다. 밀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가라지를 뽑다가 밀알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극성한 가라지를 보고 분노하는 종들과는 달리 주인은 여물어가는 밀알을 보았습니다. 행여 그 밀알이 상할까 염려했습니다. 종들의 마음은 나쁜 것을 심판하는 데 있었지만 주인의 마음은 좋은 것을 구원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오늘도 악한 세상을 추수 때까지 내버려 두시는 주님의 마음이 있습니다.
서재경 목사(수원 한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