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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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기다림과 존중

입력 2022-10-06 03:10:01


어머니가 자꾸 창밖을 내다보십니다. 아버지가 돌아오실 시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으신 탓에 창에서 눈을 떼지 못하십니다. 아파트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단지 안으로 들어오는 마을버스가 보입니다. 매일같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어머니는 그렇게 창밖을 보며 아버지를 기다리십니다.

식탁에는 가지런히 반찬이 놓여 있고 아직 밥은 푸지 않은 상태입니다. 내다보고 계시다가 아버지가 아파트 마당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 모습을 보시면 그때야 밥을 푸십니다. 이 광경을 보면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60년 관계가 보이는 듯했습니다.

긴 세월을 함께 보내면서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습니까. 별의별 일이 다 있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그 긴 세월을 저렇게 정 깊게 사셨을까 생각해보니 두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존중과 기다림입니다. 그런데 두 단어는 상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중하니까 기다려 주고, 기다려 주니까 존중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기다려도 존중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존중을 기다림을 통해 표현할 줄 알면 신뢰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부부의 신뢰, 부모와 자녀 사이의 신뢰, 이웃과의 신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입니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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