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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제암리교회, 성경전래기념관… 희생·헌신 위에 핀 복음 역사와 만나다

입력 2022-10-10 03:05:01
경기도 화성 제암리교회 마당에 있는 스코필드 선교사의 청동상 모습. 오른쪽 사진은 1919년 3·1운동 때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 독립선언문을 등사하던 정동제일교회 파이프오르간 송풍실 출입문.


가을의 기운이 완연하던 지난 5~7일 사흘 동안 전국 각지의 선교 유적을 답사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이 ‘우리에게 근대문화는 어떻게 왔을까’를 주제로 진행한 기독교 문화유산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1885년부터 예수를 증거하기 위해 분투했던 선교사들의 ‘복음 가도(街道·복음의 길)’를 따라가니 고된 삶과 쉽지 않았던 사역, 목숨까지 바치며 헌신했던 사랑의 조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 민중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안위는 내려놓은 선교사들의 이야기는 내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깊어 가는 가을, 기독교 문화유산 탐방에 나서 보는 건 어떨까.

서울을 꼭짓점으로 1000㎞를 달려 광주 대구를 거치는 삼각형 형태의 순례 여정이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광주까지 내려갔다가 광주대구고속도로를 이용해 대구로 이동, 청라언덕까지 돌아보고 출발지로 돌아왔다.

서울 새문안교회 정동제일교회와 경기도 제암리교회, 충남 성경전래지기념관, 전북 전주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 광주 양림선교사묘원, 대구 청라언덕을 밟았다.
 
두 교회 나이 합하면 ‘272살’

지난 5일 순례팀은 1887년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에서 이상학 목사와 서원석 원로장로를 만났다. 서 장로는 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와 신평식 사무총장 등 순례객을 ‘새문안교회 역사관’으로 안내했다. 역사관에는 교회 역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근현대사 기록물이 다수 전시돼 있다. 매주 화~주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

정동제일교회(천영태 목사)는 1885년 아펜젤러 선교사가 세웠다. 두 교회 나이만 합해도 272살이나 된다. 순례객은 교회 관계자의 안내로 벧엘예배당의 파이프오르간 앞에 섰다. 1918년 설치된 우리나라 최초의 파이프오르간으로 1951년 6·25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됐다가 2003년 복원됐다.

이날 교회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던 오르간의 송풍실 문을 열었다. 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비좁은 송풍실은 바람을 불어넣는 공간이다.1919년 3·1운동 당시 일본 경찰(일경)의 눈을 피해 독립선언서를 등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류 대표회장은 “교회 청년들이 독립선언서를 찍어냈고 이후 독립을 위한 각종 문서를 만든 역사적 공간”이라고 말했다.
 
일제 학살 폭로한 ‘석호필’

일행을 태운 버스는 남쪽으로 50㎞ 이동해 경기도 화성 제암리순국기념관에 도착했다. 1919년 4월 15일 일경이 23명의 주민을 학살한 현장에 세워진 기념관이다. 일경은 15세 이상 교인을 제암리교회(제암교회)로 모아 밖에서 문을 잠그고 일제 사격을 하고 불을 질렀다. 초가집에 십자가를 올린 작은 예배당 안에서 숨을 곳은 없었다. 학살을 알린 건 사건 사흘 뒤 현장을 찾은 프랭크 스코필드(한국명 석호필) 선교사였다. 그는 참상을 촬영해 외신에 알렸다. 세계는 분노했다.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스코필드 선교사에게 정부는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제암교회를 방문하면 기념관은 물론 희생자 묘소, 스코필드 청동 동상 등을 볼 수 있다. 순례팀과 동행한 허은철 총신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3·1운동 후 일경이 전국에서 학살을 자행했지만 그중 제암리 학살이 잊히지 않았던 건 스코필드 같은 여러 선교사가 현장을 고발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선, 영어 성경을 만나다

한국 최초 성경전래지기념관은 충남 서천군 마량포구 앞에 있다. 1816년 9월 4∼5일 영국 해군 머레이 맥스웰 대령이 군함을 이끌고 탐사를 위해 서해에 들어왔다 마량포구에 정박했다.

당시 맥스웰 대령이 마량진 첨사(조선 시대 무관) 조대복에게 영어 성경을 건넸다는 기록이 2003년 확인됐다. 총면적 1374㎡(약 415평)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꾸며진 기념관에는 영어 성경이 전해진 역사와 함께 영국에서 400여년 전 제작한 킹제임스성경 원본을 볼 수 있다. 기념관에서 400m쯤 떨어진 야외 공원에는 영국 함선과 조선 판옥선도 나란히 전시돼 있다. 기념관은 매주 수요일 휴관한다.

류 대표회장은 "한교총은 기독교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 사업화를 위해 연구 중"이라며 "교회 역사를 사회에 알리면서 복음의 결실을 후대에 계승하는 사업을 확산하고 국내 기독 문화유산 답사도 정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성·서천=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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