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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다고? “교육비 내고 나가세요”

입력 2022-10-19 04:10:01


미국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한 피부관리실에서 일하던 심란 발씨는 지난해 10월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업소로부터 청구서 한 장을 받았다. 두 달 동안 교육받은 비용 1900달러(약 270만원)를 내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발씨는 “이곳의 교육은 초급 수준이었고, 나는 이미 관련 자격증이 있다”며 업소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다.

퇴사하는 직원들에게 교육비 상환을 요구하는 미국 기업이 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 이는 ‘교육 상환 계약 조항(TRAP)’으로 불린다. 조너선 해리스 미 로스앤젤레스 로욜라 로스쿨 교수는 “1980년대 후반 고임금 직종 내에서 존재하던 TRAP이 최근 몇 년 동안 널리 퍼졌다”고 말했다. 코넬 연구소의 2020년 조사에서 미국 노동자의 약 10%가 TRAP의 적용을 받는다고 답했다. 주로 의료·트럭 운송·소매 분야 노동자다.

미국 국립간호사연합이 간호사 169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589명(34.6%)이 입사 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했으며 이 중 326명은 일정 기간 이전에 퇴사할 경우 교육비 상환을 해야 했다. 입사 전 TRAP에 대해 듣지 못한 간호사가 대부분이었으며 교육 프로그램은 대학교에서 배운 것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TRAP은 인재 유출을 막거나 비용 절감을 위한 목적이지만 노동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해리스 교수는 “임금 인상이나 근로 조건 개선 없이 직원들이 그만두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관계자는 “우리는 고용주들이 어떻게 간호사처럼 수년간 학교 교육을 받은 숙련된 직원조차 새롭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CFPB은 TRAP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으며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도 노동자들의 불만을 접수 중이다. 한 상원 민주당 보좌관은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이 관행을 통제하기 위해 내년을 목표로 입법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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