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흩어져 있는 기독교 문화유산 현황과 역사 등을 총망라한 디지털 아카이브가 이르면 12월 일반에 공개된다.
개신교는 138년의 역사와 함께 무수한 유산을 남겼지만 교단과 대학, 교회가 각각 관리하면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사실상 전무했다. 근대 기독 문화유산 전체를 보려면 전문가조차 일일이 대학과 교회를 찾아다니며 자료를 요청해야 했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1884년 호러스 알렌 선교사가 입국한 이후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역을 시작한 선교사들과 초창기 기독교인들이 남긴 유적을 비롯해 이들이 세운 학교와 병원, 선교사 묘원, 100여년 전 설립된 교회들의 유산 등 기독교 문화 전반을 품는 ‘문화유산의 보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은 기독교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3년 동안 ‘종교문화자원 실태조사 및 목록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초부터 진행됐다.
한교총은 19세기 말부터 1920년 사이에 세워진 예배당이나 초창기 교인이 사용한 성경, 선교사의 설교문 등 유형 자원과 기독교 사회운동, 주일학교 교육 등 무형 자원 두 분야로 나눠 사료를 수집해 왔다.
신평식 한교총 사무총장은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칭 ‘한국교회 정보센터’로 명명한 기독교 문화유산 디지털 아카이브는 연말쯤 첫선을 보일 예정”이라면서 “내년에는 디지털 아카이브 내용과 인터페이스 등을 보완, 고도화하는 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기독교 전문가들의 기대감은 높다.
허은철 총신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연구자들이 디지털 아카이브를 활용하면 흩어져 있는 사료를 찾기 위해 수고를 줄이고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교인들도 그동안 몰랐던 우리 주변의 기독 문화유산을 알고 현장도 방문하면서 기독교 역사에 대한 관심과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한교총은 천주교, 원불교 등과 협력해 ‘근대 종교문화유산보존에 관한 법률’ 입법도 추진한다. 19세기 중반 이후 우리나라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종교가 남긴 근대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다.
이미 등록·지정 문화재가 된 문화유산을 제외한 일반적인 선교사 사택이나 선교사 묘원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적의 경우 관리 주체가 교회 대학 등으로 분산돼 있어 체계적 보존이 어려웠다. 100주년기념교회가 관리하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처럼 보존이 잘 되는 유적이 있는가 하면 지리산 노고단과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처럼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신 사무총장은 “근대 종교문화유산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입법으로 올해 안에 입법 절차를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