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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안 꺾이는 이유는 ‘미국인 현금 풍년’ 탓”

입력 2022-11-01 04:05:01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 내 물가 인상(인플레이션)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 기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2020년 초부터 거의 3년 동안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미국인들에게 나눠준 보조금 탓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연준이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코로나19 팬데믹 보조금을 쌓아놓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지 않아 인플레의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1~2일 개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또 한 번의 ‘자이언트스텝’(기준 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월 빅스텝(0.5% 포인트 인상) 이후 4개월 연속 자이언트스텝 행보지만 인플레 억제 효과는 미미하다. 기준금리가 6개월 만에 0.25%에서 3.25%로 3% 포인트 오른 반면 소비자물가 하락은 1% 포인트 안팎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경제부처 당국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인들이 누리는 ‘현금 풍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금 구매력을 갖춘 미국 소비자들이 물건값이 비싸도 상품을 산다는 해석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요 20개국(G20) 대부분이 보조금 정책을 편 가운데 미국의 보조금 규모가 가장 컸다. 차상위계층부터 부유층에 이르기까지 ‘차별 없는’ 보조금이 지급됐다. 그 결과 현재 미국의 가구당 현금 보유액은 사상 최고치인 평균 5500달러에 달한다. 미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으로만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1%나 상승했다.

WSJ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는 불황을 몰고 왔지만 신속한 인플레 억제와 산업구조 재편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팬데믹 시기 시장에 마구 풀린 현금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물가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10.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10.3%)를 뛰어넘는 결과로 유로존이 1997년 소비자물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부문별로는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41.9% 올랐고, 식료품과 주류·담배는 13.6% 뛰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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