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도 빠지고 피자·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도 잘 안먹게 되는 것 같아요. 미션을 완수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선물도 받고 좋아요.”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에서 최근 만난 6학년 윤지원양은 지난 6월부터 보건소 기반의 ‘아동·청소년 모바일헬스케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걸음 수를 측정하는 스마트밴드(활동량계)와 자동 연계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비대면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윤양은 학년 초 건강체력평가(PAPS)에서 1~5등급 가운데 하위권인 4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5개월여간 매일 6000걸음 이상 걷기, 근력운동 하기, 단음료 마시지 않기, 패스트푸드 먹지 않기, 야채 섭취하기 등 5가지 미션을 실천하면서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고 체력도 강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윤양은 “걸음 수는 손목에 찬 스마트밴드로 자동 인식되고 야채 섭취나 탄산음료 안먹기 같은 미션은 그날 그날 실천한 것들을 앱 상의 배너 클릭으로 인증받는다. 매일 먹은 음식과 운동 내용, 시간을 넣으면 앱이 칼로리 소모량을 계산하고 맞춤 건강정보도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보건소의 영양사, 운동관리사가 아이들을 직접 만나 식생활이나 신체활동 관련 상담을 해준다. 윤양은 “식사·운동일기 쓰기 같은 특별 미션을 수행할때마다 포인트가 쌓이고 점수가 높으면 보건소 선생님이 선물도 준다. 얼마 전 미니 선풍기를 받았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같은 반 황인성군도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다니고 태권도학원 갈 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식습관도 좋아지는 것 같다. 이전에는 1주일에 2번 피자나 햄버거를 먹었는데, 이거 하고 나서부터는 안 먹는다. 엄마아빠도 좋아하신다”며 웃었다.

명일초에선 윤양과 황군이 속한 6학년 4반 학생 23명 전원이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이일택 담임교사는 “연초 체력테스트에서 반 학생의 3분의 1 정도가 4~5등급으로 나와서, 체력을 키우고 비만을 예방하는 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처음엔 감흥이 별로 없어 보였는데, 갈수록 아이들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매일 아침마다 목표량 달성을 독려하고 달성한 아이에게는 칭찬해주고 하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시작된 아동·청소년 모바일헬스케어 시범사업은 2016년 도입된 성인 대상 사업을 아이들에게 확장한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활동량 감소와 식습관 악화로 아이들의 비만 및 건강관리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비대면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아동·청소년기 건강 문제는 대부분 성인병으로 이행되므로 생활습관이 형성되는 시기에 올바른 건강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14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시범사업 첫 해엔 서울 강동구 등 전국 6개 보건소 관내 7개 학교(초등 6곳, 중학교 1곳) 학생 300여명이 참여했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2개 보건소가 중도에 빠졌고 참여 학생도 148명으로 줄었다. 4개 보건소 성과평가에서는 등록률, 서비스 지속 참여율, 서비스 만족도, 학생건강체력 개선율이 목표치를 달성했다. 다만 5개 건강행태 중 1개 이상 개선율은 목표치에 못미쳐 개선 방안이 요구됐다(그래픽 참조). 올해는 참여 대상이 22개 보건소, 41개 학교(초등 26곳, 중학교 15곳) 1100여명으로 늘었다.

올해 참여한 충북 증평군 보건소에는 관내 형석중학교 1학년 42명이 등록해 목표치(40명)를 넘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반응이 예상외로 좋았다”며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은 부모님 것을 쓰기도 한다. 처음엔 36명이 등록했다가 친구들 얘기 듣고 참여한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이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패스트푸드나 탄산음료 안먹기를 제일 힘들어하는데, 그래도 잘 따라하는 편”이라고 했다. 올해 참여 학생들은 각 보건소별로 이달이나 다음 달 내에 건강체력평가를 추가로 실시해 6개월간의 성적표를 받게 된다.
  아동·청소년 모바일헬스케어 사업의 경우 필요성과 긍정적 반응 및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하려면 개선돼야 할 점들이 적지 않다. 우선 스마트폰에 탑재된 건강관리 앱의 안정성이다. 강동구 보건소 관계자는 “스마트밴드와 앱간 걸음 수가 일치하지 않는 등 연동 오류가 잦다. 작년 1차 시범사업 월평균 앱 연동률은 6%에 그쳤는데,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연동 오류를 얘기하지 않거나 스마트밴드 착용을 잊어버리는 경우 걸음 수 누적 관리의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학교에선 스마트폰 사용 제한으로 교내에서의 데이터 측정에 제약이 따르는 문제도 있다. 이런 경우 집에 가서 일일이 기억에 의존해 스마트폰 앱에 정보를 삽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것도 참여도를 떨어뜨린다. 앞서 명일초 황인성군은 “미션 중 식사일기를 쓰는 게 있는데, 앱에 입력 가능한 음식 카테고리가 너무 좁다. 먹은 음식을 어디로 분류해야 할지 헷갈릴 때가 많다. 비슷한 범주에 넣긴 하지만 그러면 칼로리 소모량 계산이 틀려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고 동기를 유발하는 콘텐츠의 개발과 탑재도 중요하다.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아동·청소년 건강관리 앱은 단순하고 재미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아이들 눈귀를 자극하는 톡톡 튀는 콘텐츠가 담겨야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조현장 건강증진개발원장은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최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 제공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했어야 했다”며 “내년에는 참여 보건소에 아동·청소년 사업 전담팀을 구성해 재미적 요소를 가미한 콘텐츠 개발 등 시스템의 고도화, 서비스 모형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아동·청소년 모바일헬스케어 사업이 내년 이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지금까지는 별도 예산·인력 책정 없이 성인 모바일헬스케어 사업 재정의 일부로 시행돼 왔다.

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당초 사업 시작 때 교육부와 관련 예산 마련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코로나19 대응에 신경쓰느라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아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별로 내년 사업 참여 및 지속 여부에 대한 수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