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길을 걷다 단풍이 있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십대 여학생들이 단풍잎을 들고 누구의 것이 예쁜지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단풍잎을 서로에게 집어 던지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가까이에 환경미화원도 계셨습니다. 이분은 아이들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으셨던지 다 놀고 지나간 뒤에야 단풍잎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한편에는 아파트 경비원도 단지의 통로를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는 의무 때문인지 연신 비질을 하셨습니다. 아이들도 환경미화원과 아파트 경비원이 청소하는 곳을 향해서는 절대 던지지 않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단풍이라는 한 가지 현상을 대하는 방식은 모두 달랐습니다. 그러나 거기 있던 이들은 서로를 불편하게 여기거나 일부러 방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즐기기도 하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이 단풍만큼이나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성경은 말씀합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라는 말씀이 마음에 담깁니다. 한 거리의 ‘단풍사회학’이 우리 사회에 가득한 문화였으면 좋겠습니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