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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김동호 목사] 세 가지 암 투병에도 불구 ‘날마다 기막힌 새벽’으로 25만 구독자 만남 “한 번쯤 에스더의 ‘죽으면 죽으리이다’ 용기 필요”

입력 2022-11-25 03:05:01
김동호 목사가 최근 서울 동대문구 자택에서 ‘날기새’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김 목사는 이틀에 한 번씩 스스로 스마트폰을 열어 25만 구독자와 함께하는 새벽예배 영상을 촬영한다. 유튜브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제공







 
날기새 엔딩 화면. 유튜브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제공


요한복음은 가장 영적인 복음서다. 예수 그리스도가 육성으로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한다. 영어 성경엔 정관사 ‘the’가 붙어 바로 그 길이고 그 진리이며 그 생명, 예수님만이 유일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한다.

김동호(71) 목사는 용기 있는 목회자다. 40대엔 교회 개혁의 맨 앞에 있었고, 50대엔 새 예배당 건축 대신 나눔을 앞세우는 교회를 개척했다. 지금은 에스겔선교회, PPL(People & Peace Link) 재단을 세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돕고 있다.

김 목사는 3년 전 폐암을 비롯한 세 가지 암으로 죽음을 보다 가까이 접하게 되자 유튜브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을 시작했다. 현재 25만명 구독자에 하루 8만명 가까운 성도들이 매일 그의 설교를 규칙적으로 듣고 함께 예배한다. 날기새 1권은 창세기, 2권은 출애굽기, 3권은 드디어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는’(요 7:38) 요한복음이다. 유언과도 같은 요한복음 강해를 통해 십자가와 부활의 강력한 생명력을 말하는 김 목사를 지난 22일 서울 노원구 에스겔선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목사가 직접 내린 커피를 마주하고 질문을 시작했다.

-요한복음 강해 설교가 유언처럼 다가옵니다.

“잘 보셨습니다. 제가 암이 세 개이고, 그중 하나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죽음을 늘 생각합니다. 항암 치료를 힘들게 받으면서 죽음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내 시간이 짧아졌구나. 길지는 않구나.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무섭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죽는 거니까요. 다만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내 삶이 짧아졌으니 잘 살아야지. 허투루 살지 말아야지.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말아야지 합니다.

저는 전도하며 설교하는 삶입니다. 매일이 그렇습니다. 암이든 아니든 죽음으로 내려갈 텐데 꿈꾸는 그림이 있습니다. 제 아이들하고 손주 여섯을 앞에 두고 저는 침대에 누워서 하루에 하나씩 제가 평생 전해온 말씀으로 사경회를 하는 겁니다. 할아버지가 평생 전해온 말씀을 남기는 것, 어찌 보면 날기새는 이것의 예행연습입니다. 할아버지가 죽으면서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저렇게까지 말할까, 이런 임팩트를 주고 싶습니다.”

-날기새 3권 요한복음 52회에 걸친 설교의 결론은 부활 신앙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결론입니다. 그거 없으면 다 무너지는 거지요. 제 암은 100명 중 5등 안에 드는 힘든 암이라고 주치의가 말합니다. 그런데 제 양심을 걸고 언제 제일 힘들었냐고 물으면 항암치료 때가 아니었습니다. 삶이 그것보다 몇 배나 더 힘들었습니다. 과거 목회를 못 하는 줄 알고 실제 사표도 내고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거실에 걸려 있던 손바닥만한 십자가, 거기서 말씀을 들었습니다. ‘나는 너 죽는 꼴 못 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살려 낼 거야.’ 전능하신 하나님이 날 살리겠다고 사람이 되질 않나, 잡혀서 죽질 않나. ‘왜 그러셨어요’ 물으니 ‘김동호 살리려고’ 이러는 겁니다. 무슨 대가를 써서라도 날 살리려고 하는데, 내가 이까짓 것 때문에 죽는다면, 우리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지 않으시겠구나. 여기서 벌떡 일어서게 된 겁니다.”

-믿음의 반대말은 불신이 아니고 두려움이라고 말합니다.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는 어디서 나올까요.

“십자가에 이어 부활 이야기의 연장이겠지요. 너 까불면 죽어. 이러면 안 까붑니다. 죽는 게 무서우니까요. 그런데 부활은 죽음을 패스오버(pass over·넘어가다)하는 사건입니다. 거기서 용기가 생겨나는 겁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3년간 잘 따라다니다가 예수님이 잡히니까 다 도망갑니다. 베드로는 맹세까지 하고도 부인합니다. 그것도 세 번이나. 그게 우리의 본모습입니다. 그러던 제자들이 나중에 거의 다 순교하고 베드로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립니다. 핍박받고 고난 겪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저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자문해 봅니다.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오순절 성령체험입니다. 성령, 하나님의 뜻으로 거듭난 것이고, 사실 그보다 더 직접적인 건 부활을 목도했다는 겁니다. 우리는 믿는데 그들은 봤습니다. 그러니 뭐가 겁나겠습니까. 도리어 비겁하게 사는 게 겁나겠지요. 물론 용기가 저절로 자라나진 않습니다. 한 번쯤 에스더의 ‘죽으면 죽으리이다’(에 4:16) 결단이 필요합니다. 죽음을 각오했는데 어 안 죽네. 오히려 승리하네. 이게 경험이 되고 숙달이 돼야 합니다. 용기는 믿음에서 출발해 숙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한복음을 현란하고 어렵게 전하는 책도 많은데 날기새는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습니다.

“조직신학 교리신학을 좋아했습니다. 구원론 신론 등 론(論)자가 들어가는 논리적인 게 재밌었습니다. 그게 기초가 됐습니다. 성경의 딱딱하고 어려운 교리적인 내용을 소화하게 된 겁니다. 이젠 전달하는 게 문제입니다. 저는 젊은 시절 주일학교 설교부터 시작했습니다. 성경의 진리를 어른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어려운데,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들려줘야 할까. 그걸 가지고 밤새 고민하고 기도도 많이 하고 끙끙대다 보면 번쩍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게 그냥은 안 오고 포기하지 않고 애가 탈 때까지 타야 옵니다. 아 이걸 이렇게 설명하면 되겠구나. 제가 기독교교육학부터 전공한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책과 페이스북 글쓰기에서 문단 앞에 쓰는 번호는 어떤 의미입니까.

“일종의 징검다리입니다. 독자가 설명을 안 들어도 아는 것, 행간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최대한 줄이고 줄입니다. 1번 문단과 2번 문단 사이엔 그런 내용이 물처럼 흐르고 저는 줄이고 줄여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만 놓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설교문이 시를 쓰듯이, 시는 아닌데 시처럼 짧아집니다. 평생 해온 저만의 방식입니다.”

-날기새는 매일 촬영하십니까.

“이틀에 한 번, 두 편을 합니다. 이보다 더 몰아서 하면 감이 죽습니다. 날마다가 중요합니다. 다만 유튜브 편집에 어려움이 있고, 자막을 붙이는 데 시간이 걸려 부득이 이틀에 한 번씩 진행합니다. 지금은 바울 서신을 하고 있으니, 다시 구약으로 갔다가 복음서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건강은 어떠십니까.

“암 환자 치고는 최상의 상태입니다. 3년 전 항암치료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말기가 아니었고 조치가 빨랐습니다. 초기 진화가 잘된 겁니다. 현재는 약을 먹지 않고 몇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CT 찍으며 괜찮은지 보고 있습니다. 암은 제일 무서운 게 재발입니다. 치료된 것 같아도 언제 어디서 터져 나올지 모릅니다. 그건 그때 가서 또 볼 일이고 지금은 체력적으로 암 발병 이전 80~90%를 회복했습니다. 겨울철 열심히 걸으며 체력을 비축하는 동계훈련을 가질 예정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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