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기독교 신자 비율이 처음으로 과반이 붕괴됐다는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면서도 예견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영국 기독교도의 70~80%에 달하는 성공회 신자 수가 수십년에 걸쳐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세속화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하면서도 영국 내 소수민족 인구 등의 증가세와 교회 갱신 등으로 교세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1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잉글랜드·웨일스의 2021 인구센서스’ 조사 결과 자신의 종교를 ‘기독교’라고 밝힌 응답자는 2750만명이었다. 전체 인구의 46%로 직전 조사때인 2011년(59%)보다 13% 포인트 떨어진 수치로 약 550만명 줄었다.
반면 ‘무종교인’은 크게 늘었다. ‘종교가 없다’는 응답은 37%(2220만명)로 10년 전(25%)보다 12% 포인트 증가했다. 응답자 수로는 850만명에 달한다.
영국의 기독교인 수가 전체 인구의 절반 아래로 떨어진 건 2001년 인구센서스에 종교 관련 문항이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기독교 종주국의 굴욕’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성공회가 누리고 있는 국교로서의 지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영국 의회는 성공회 주교와 대주교에게 상원 의석 26석을 할애하고 있다. 국립학교에서는 기독교 예배를 의무화할 수도 있다.
코퍼스크리스티칼리지 스콧 피터슨 박사는 “20세기 초반부터 국교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면서 “국왕이 성공회 수장이 되는 것은 1650년에는 말이 됐어도 2022년에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영국성공회의 교세 통계에 따르면 주일예배 평균 참석자 수는 1968년 160만명에서 2012년 80만명으로 반토막났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33만명에 이어 2020년에는 약 14만명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교세 추락에 영국성공회가 손 놓고만 있었던는 것은 아니다. 올 초 영국성공회는 내년부터 2031년까지 향후 10년 동안 12억 파운드(약 1조9000억원)를 ‘수혈’해 교회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청년·빈곤층 같은 사회적 약자와 시골교회 목회자 등을 지원하면서 교세를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영국성공회의 침체를 기독교 전체의 쇠락으로 연결하는 건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영국에 소수민족 인구가 늘면서 오순절을 비롯한 다양한 개신교파는 성장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고든콘웰신학교 산하 세계기독교연구센터 등에 따르면 영국의 오순절 교회 성장세가 가파르다. 성공회와 장로교, 가톨릭교회 등 전체 기독교인은 2000년 600만명에서 2020년 480만명으로 20% 감소했다. 반면 영국의 오순절교회는 2000년 2500개에서 2020년 4200개로 크게 늘었다.
김성욱 총신대 선교대학원 교수는 “종교 다원주의를 인정하고 법적으로 동성애를 허용하는 등 성경과 점점 멀어지는 환경 속에서 영국 기독교 교세가 쪼그라든 것 같다”며 “남아 있는 영국 교회가 성경대로 교인과 이웃을 품는다면 교세는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교성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국교라는 인식 아래 안일하게 머물러 있다면 영국 기독교 입지는 계속 좁아질 것”이라며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복음을 전할 때 교세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