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음악 예능 프로그램 ‘싱포골드’(SBS)가 오는 25일 마지막 방송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국내 최초의 합창 오디션을 표방해 우승팀은 한국 대표로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합창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다. 공연은 전통적인 정적인 합창이 아니라 ‘쇼콰이어’로, 아름다운 화음에 퍼포먼스를 더한 귀와 눈이 즐거운 경연이 펼쳐진다.
7세부터 75세까지 전국에서 112개팀 3126명이 참가했는데 단연 발군인 팀은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다. 첫 방송에서 박진영의 ‘스윙 베이비’로 폭발적인 성량과 에너지를 뿜어내며 심사위원(작곡가 김형석, 가수 박진영, 안무가 리아킴, 매니저 역할을 맡은 배우 한가인과 가수 이무진) 전원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분당 최고시청률과 동영상 조회수 125만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주 방송분에서는 그룹 송골매의 ‘모여라’로 ‘톱3’에 선착하며 우승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헤리티지 매스콰이어의 모체이자 팀의 솔리스트이며, 합창단을 지도하는 혼성 보컬 그룹 ‘헤리티지’의 멤버 김효식 이신희 박희영을 만났다.
-첫 번째 무대 ‘스윙 베이비’는 심장이 쿵쿵댈 만큼 압도적이었어요.
“두 번째 공연 기회가 주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남김없이 보여주자고 첫 번째 곡에 치트키를 다 썼어요. ‘이런 팀도 있다’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너무 잘 봐주셔서 저희도 놀랐죠. 리아킴씨가 눈물을 보이면서 칭찬을 하니까 스윙 베이비로도 눈물 나게 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효식)
-그게 음악의 힘이죠.
“저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극찬이어서요. 스윙 베이비 댓글을 보면 ‘할렐루야’ ‘은혜받았다’고 하세요(웃음).”(희영)
이런 반응이 쏟아진 건 헤리티지가 가스펠 음악을 토대로 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2003년 데뷔 앨범을 낸 베테랑이자 탁월한 가창력과 다이내믹한 공연으로 CCM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그룹이다. 2005년에는 대중음악 앨범을 내기도 했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 박효신, 다이나믹 듀오, 비, 이승환 등의 음반에 참여했다.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의 ‘여러분’ 무대에 서고 배우이자 래퍼인 양동근과 함께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오 해피 데이’로 우승하기도 했다.
-오디션에 출전한 게 뜻밖이었어요.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있는데, 득보다 실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 고민이 없지는 않았죠. 팀 내에서도 ‘진짜 우리 나가는 거야? 너무 좋아!’ 이런 반응은 전혀 아니었어요. 다만 저희 팀이 기독교적인 정체성과 사명을 가진 팀인데,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교회 안에서만 노래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반항심이 있었어요. 진짜 선교답게 교회 밖 사람들도 들을 만한 노래를 부르자, 이게 저희 초창기 모토였어요. 그래서 대중 가수들과 작업도 하고 계속해서 대중 지향적인 음악들을 하고 싶었거든요.”(희영)
-안무에 도전한 것도 처음이죠.
“그래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그냥 리듬을 타면서 몸을 흔드는 것과 약속해놓은 동작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동료 중에 안무가가 있어서 저희가 소화할 수 있는 동작으로 최대한 안무를 짰고, 최선의 몸부림을 다했어요(웃음). 방송에서 멋있어 보이게 연출을 잘해 주셨죠.”(효식)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는 헤리티지가 2005년부터 운영한 콰이어 스쿨 출신들이다. 콰이어 스쿨졸업생만 2000~3000명이 된다. 콰이어는 헤리티지와 공연을 함께하며 4장의 실황 앨범을 발매했는데, 싱포골드를 위해 연습을 소화할 수 있고 녹화에 참여할 수 있는 멤버들을 따로 선발했다. 3번의 경연마다 선곡부터 편곡, 안무, 의상, 무대배경까지 작품을 완성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한 달. 각자 생업이 있는 콰이어 멤버들은 일주일에 적게는 3번, 많게는 6번 모여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연습하는 강행군을 했다.
“후회 없이 공연하고 ‘졌지만 잘 싸웠다’로 마무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3라운드까지 계속 올라갔어요. 정말 행복하면서도 마지막에는 몸이 안 움직이고 목소리도 안 나오고, 기쁨과 체력적인 고통이 동시에 오더라고요. 희영씨는 성대 결절에 안무 후유증으로 아직 쩔뚝쩔뚝 걸어요.”(효식)
-퍼포먼스를 함께하는 쇼콰이어 장르가 국내에도 활성화돼 있나요.
“전혀 아니에요. 불모지에 가깝죠. 우리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 비해 합창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어요. 저희 어릴 때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합창단 중창단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교회에서도 성가대가 사라지고 찬양팀 같은 밴드 음악으로 바뀌고 있어요. 싱포골드에 출전하게 된 데는 합창 문화를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도 컸어요. 합창이 진부한 음악처럼 돼버렸지만 여럿이 하모니를 만들어간다는 장르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잖아요. 방송을 계기로 아마추어 합창단들이 물밀듯이 나왔으면 좋겠어요.”(효식)
-출연팀 중에 라이벌을 꼽는다면요.
“시청자분들 중에 헤리티지가 나오는 건 반칙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헤리티지는 프로이지만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는 직장인들이 취미로 활동하는 거거든요. 저희는 ‘하모나이즈’와 대결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모나이즈는 쇼콰이어를 10년 정도 계속했던 팀이에요. 세계 대회 경력도 많은데다 합창대회에 더 적합한 팀이죠. ‘이퀄’도 진짜 잘했습니다.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인데 신생팀으로는 대단하죠.”(효식)
-싱포골드는 치열한 경쟁이나 긴박감보다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순한 맛’ 오디션이잖아요.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우승 후보로 꼽힌 헤리티지가 2라운드 때 혹평을 받고 탈락 위기에 처할 때였죠.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선곡했는데 심사위원들이 솔리스트가 부각된 걸 아쉬워하셨죠. 주변에서 저희가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내 마음속 1위는 헤리티지’라며 위로 문자를 많이 주셨어요. 멤버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합창을 더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후회도 있었죠. 다행히 우리가 하루 이틀 같이한 팀이 아니어서 크게 동요하지 않고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효식)
“선곡과 편곡, 안무를 조율하는 과정은 저희가 함께하지만 결국 결정의 책임은 리더가 지게 되잖아요. 그런데 오빠가 2차전을 끝내고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희영)
“리더 입장에서 얼마나 큰 부담과 책임감을 느꼈는지 그때 알았어요. 그런데 연말 공연에서는 그 곡 요청을 많이 해주세요. 가사가 너무 아름답고 곡 자체가 위로가 되니까요.”(신희)
-콰이어들의 소리가 단단해서 헤리티지가 나올 때마다 성량 차이가 뚜렷하게 느껴졌어요.
“저희 장점이 소리가 크다는 거고요, 단점은 작게 못 낸다는 거예요(웃음). 저희가 표현하는 보컬 자체가 아낌없이 소리를 내는 스타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더 큰 것 같아요. 입단한 지 십수 년 된 멤버들이 사운드를 지켜주고 1~2년 된 친구들과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아요. 두려움 없이 믿고 가는 거죠. 콰이어 안에서 결혼한 커플도 15쌍이에요. 콰이어를 거쳐간 분들의 아이들이 키즈 콰이어로 무대에 선 적이 있고요. 부부가 같이 콰이어로 활동하고 그 아이들이 또 어린이 합창단 활동을 하고, 그런 꿈을 꿔요.”(효식)
-이름 그대로 헤리티지(유산)네요.
“한번쯤은 졸업생들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무대에는 지휘자만 서고 관객석 모두가 합창단원인 콘서트를 하더라고요. 정말 보기 좋았어요.”(효식)
-CCM으로 출발해서 대중가요도 했고, 싱포골드로 헤리티지를 처음 보신 분들은 합창단이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장르마다 매력과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가스펠이라는 장르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직접적이에요. 메시지를 전하는 가스펠은 기쁘고 우리 스스로 감동이 되고 자부심도 있어요. 싱포골드처럼 대중음악과 접점을 만드는 작업은 재미있어요. 이런 곡을 이렇게 해볼 수 있겠네, 이렇게 확장되는 느낌이 있죠.”(효식)
-싱포골드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부분은요.
“교회 아닌 곳에서 노래 부를 일이 더 많아졌어요. 17일에는 SBS 연예대상에 싱포골드 다른 팀과 스페셜 무대에 섭니다. 박진영씨 크리스마스 공연에도 초대받아서 게스트로 공연하고요. 내년 초에는 싱포골드 출연팀들과 투어 콘서트를 할 것 같아요. 저희 색깔을 여과 없이 보여드릴 수 있는 콘텐츠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저희한테는 신선한 일이고 또 감사하죠.”(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