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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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유이상 (19) 기도와 격려의 힘으로 전소 4개월 만에 공장 재가동

입력 2022-12-12 03:05:01
2012년 1월 화재로 불탄 풍년그린텍 김제 공장 외부 모습.


공장이 전소됐는데 잿더미 위에서 감사 기도라니. 정신 나간 사람이라 생각하기에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화재 이전의 상황을 알고 보면 이 감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본래 김제 공장은 풍년그린텍보다 수십 배 많은 자본으로 시작한 곳이었다. 그 회사는 초기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덴마크에서 기계를 수입하고 공장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기계 성능이 우수했겠지만 수익이 줄고 리더십 교체기를 맞으면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기계가 점차 망가졌다.

그 공장을 풍년그린텍이 인수하면 기계를 잘 수리하거나 개조해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판단 미스’였다. 거금을 들여 보수했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계륵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그때 불이 난 것이다. 투자한 돈이 아까워 버리지도 쓰지도 못하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태워 버린 것이다. 만약 화재가 없었다면 그 기계를 끌어안고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을지 모른다.

감사 거리는 또 있다. 김제 공장 바로 옆에는 다른 회사의 공장이 있었는데 소방관들의 필사적인 저지로 불이 옮겨붙지 않아 불길이 확산되지 않았다. 만약 그때 이웃 회사 공장에 피해가 생겼다면 법적 소송에 휘말렸을 것이다.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은 그중에서도 가장 감사해야 할 부분이었다.

경찰 조사와 보험금 지급 문제도 순조롭게 풀렸다. 특히 보험 사정에 있어서는 사고의 고의성 여부가 핵심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무리 없이 증명이 잘 됐고, 건물을 새로 짓고 기계를 설치하는데 자금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됐다. 안산 공장에서 우리가 기계를 직접 제작해 생산했기 때문에 그 도면으로 한쪽에서는 건물을 짓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계 부품을 여러 공장에 분산 발주해 한마음으로 점검하며 복구에 힘썼다.

불과 4개월 만에 1600평짜리 건물을 짓고 기계 1대를 가동시켜 생산을 시작했다. 기계 제작은 대성공이었다. 이전 기계에서는 제품이 뒤틀려 불량률이 높은 편이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양질의 제품이 생산된다는 입소문도 나서 2차, 3차 라인을 연이어 가동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이런 기계들을 다른 업체에 발주해서 제작했다면 1년이 걸려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공장 전소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지난 연말 직원들에게 했던 성과급 100% 지급 약속은 그대로 지켜졌다. 절망하고 힘 빠지는 게 당연할 것 같았던 분위기는 사기 진작으로 급반전했고, 전 직원이 함께 먹고 자며 복구에 온 힘을 다할 수 있었다.

화재와 복구 과정에서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닥쳤나 원망한 적도 없다. 혹한 속에서 복구 작업을 해야 했지만 안전사고도 없었고 힘들다며 사직한 직원도 없었다. 한참 후에야 그 비밀을 알게 됐다. 기도 덕분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위해 기도해 준 사람이 참 많았다. 가족은 물론 겨자씨사랑의집 가족들, 교회 식구들, 김제 현장을 방문해 준 기독실업인회(CBMC) 가족들 등, 소식을 알게 된 모든 이들이 한결같이 지속적으로 기도와 격려를 전했다. 그 모든 것이 내 곁에서 나를 지켜보시는 하나님의 도우심이었음이 분명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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