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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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품을 키우는 공동체로

입력 2022-12-30 04:10:02


‘사람은 서로 도우면서 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생명체로 태어났으니까 품을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품을 산다, 품을 판다는 말도 있고, 품앗이라는 말도 있고, 엄마 품 아빠 품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품은 더 넓게 확산해야 하고 그럴수록 좋은 세상이 온다.’(작가 윤구병)

언젠가 교우들과 함께하는 여름 신앙수련회에서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공동체는 무엇이고 그 중심은 또 어디냐를 두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저마다 “가운데가 중심이다” 또는 “머리가 중심이다” “가슴이 중심이다”, 뭐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분이 ‘아픈 곳’이 중심이라고 했다.

몸의 어디가 아프면 모든 신경과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고 그 아픈 곳을 낫게 하려고 온 에너지가 아픈 곳으로 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모두가 크게 공감하며 끄덕였다. 내 몸이 그렇고 우리의 삶이 그렇다. 그게 정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아픈 곳을 외면하거나 거부하면 상처는 깊어져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아픔이 없기를 바라지만, 아픔이 있다면 그곳을 향해 품을 내주는 삶이 돼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더 좋은 세상을 여는 것이다. 교회든 국가든 진정한 공동체라면 그래야 한다. 예수님은 이 땅에 왜 오셨을까, 하나님은 우리에게 왜 건강한 몸과 생명 및 권한을 주셨을까. 서로가 그 아픔을 싸매고 돌보며 치유해 건강한 공동체와 삶이 되라 하신다. 그렇게 품지 못하면 작은 병은 큰 병이 되고, 쉬운 일은 큰일이 돼 결국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아직 우리에게는 충분히 그럴만한 힘과 여유가 있다. 다른 어떤 일보다 중요한 것이 아프고 상한 지체, 소외되고 돌봄이 필요한 약자들을 살피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 우리가 원하고 꿈꾸는 공동체와 세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삼풍백화점,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으로 고통받는 유가족들을 충분히 위로하고 애도할 수 있도록 살펴야 하는 이유다.

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국가는 소외되고 그늘진 사람들에게 품을 내줘야 한다. 그 품을 믿고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어머니 아버지의 큰 품으로 자녀들이 세상을 당당히 살아간 것처럼, 그래야 한다. 우리의 교회와 국가의 자랑이 물질이나 자리보다 긍휼한 마음이고 무한한 사랑이어야 한다. 거기에서 진정한 경쟁력과 자신감이 나오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간다.

예수님은 아픔의 땅과 슬픔에 빠진 사람들 가운데 오셨다. 마지막 아버지의 뜻을 이루실 때까지 언제나 그들과 함께 계셨고 끝까지 외면하지 않으셨다. 아픔을 당신의 아픔으로 여기셨고 상처를 치유하시며 새롭게 하심으로 하나님의 품을 넓혀가셨다.

새해엔 품을 내주며 품을 키우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경제는 물론 여러 가지로 어렵고 힘든 시기가 될 거란 전망이 많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서로 챙기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배려하며 따뜻한 환대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경계를 허무는 삶으로 나아가 보자. 알면서도 하지 않는 어리석은 삶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갇혀 있지 말고 또 다른 나를 보자. 담을 쌓는 세상이 아닌 함께 사는 세상임을 확인하자. 이 단순한 진리와 진실을 우리는 주님에게서 보았다. 품으로 사는 세상은 지금 당장의 삶도 분명 달라지겠지만, 영생과 영원까지 약속하셨으니 깨닫는 사람들은 그리 살게 된다. 그분으로 우리의 품이 하나님의 나라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리라.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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