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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주일 성수 위해 시작한 기독 출판 일… 평생의 소명으로

입력 2023-01-07 03:10:01
박종태 비전북 대표가 지난달 29일 경기도 파주시 회사 사무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출판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끝까지 문서선교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주=신석현 포토그래퍼


도서가 쌓여있는 대형 창고를 보여주는 박종태 비전북 대표. 파주=신석현 포토그래퍼


경기도 파주시의 도서출판 기업 비전북 건물로 들어가면 아담한 책장이 나온다. 10여권의 도서가 꽂혀 있는 진열대 위엔 ‘금주의 신간’ 표지가 놓여 있다. 전국 기독교출판사들이 보내온 신간들이다. 지난달 29일 출판사 사무실에서 만난 비전북 박종태 대표(62·일산동안교회 장로)는 “직접 출판도 하지만 다른 기독교출판사의 서적들을 유통·보급하는 총판도 우리의 주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비전북은 한국교회 문서선교의 본진으로 불린다. 박 대표는 “전국의 기독교서적을 유통하고 판매할 뿐 아니라 해외에서 판매하는 신앙서적 상당수도 비전북이 보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사 1층 사무실 복도는 대형 창고로 이어진다. 그곳엔 대략 200만권의 기독교서적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박 대표는 “이게 다 팔려야 할 텐데…” 하며 푸념 섞인 한숨을 내뱉었지만 표정엔 애정이 넘쳤다. 어린 자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이었다.

모든 회사의 첫걸음이 그렇듯 비전북도 시작은 미약했다. 1980년대 초반 그가 서울 영등포에서 제강 공장을 다닐 무렵이다. 당시에도 돈독한 신앙을 소유했던 박 대표는 양평동의 한 교회를 다녔다. 교회학교 교사로 섬기던 중 문제가 생겼다. 격주로 주말 근무를 해야 했다. 이 때문에 교회학교 봉사가 어려워졌고 얼마 후엔 군 입영통지서도 나왔다. 제대 후엔 다른 일자리를 찾았다.

“저는 매주 교회에 갈 수 있는 일터를 원했습니다. 마침 기독교출판사인 ‘목회자료사’에서 사람을 뽑더군요. 저곳이라면 주일에 교회 간다고 뭐라 할 것 같지 않아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84년 기독교 출판 일을 시작한 박 대표는 99년 사업을 시작한다. 그는 “15년 열심히 일했으니 앞으로 15년 또 한번 좋은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비전북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2023년 현재 비전북의 사업 분야는 다양하다. 총판과 다양한 출판 업무를 진행 중이다. 아동서적을 출판하는 ‘몽당연필’, 성인 크리스천을 위한 ‘비전CNF’, 성경공부 교재를 출판하는 ‘바이블하우스’ 등이 있다. 지금까지 160여권의 책을 출판했다. 박 대표는 문서선교에도 열심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도서를 구입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지원해왔고 교도소와 군부대, 농어촌교회, 해외 선교지에 책을 보내고 있다. 박 대표가 직접 교도소와 학교 기업 군부대를 찾아 강연을 다닌 일도 수백번이 넘는다.

잊지 못하는 일화도 있다. 해외 선교차 서부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를 찾았을 때다. “현지 선교사의 사모님이 임신했는데 저희가 출판한 크리스천을 위한 임신 태교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이역만리에서 도움이 되는 모습에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항상 감사하며 살려 노력하지만 그에게도 힘든 일들이 있다. 지금 가장 큰 부담은 금리로 인한 이자 비용이다. 비전북은 2021년 10월 지금의 사무실로 이사를 왔다. 이전까지는 일산서구 덕이동에 있었다. 박 대표는 2021년 4월 어느 날 회사 이전을 결심했다.

“비가 많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직원 하나가 우산을 쓴 채 책을 들고 창고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직원을 위해서라도 더 나은 환경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침 파주에서 적당한 부지가 나왔다. 장소가 마음에 든 박 대표는 자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고 중소기업진흥청과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2021년 10월 최종 잔금을 치르며 이전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얼마 후 문제가 생겼다. 금리가 폭등하며 이자가 두 배로 뛰었다. 감사는 사라지고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건물 매입할 때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환경이 변하자 원망이 생기더군요. 기도하면서 회개가 나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이곳을 주셨다면 어려워도 주님께서 함께하시지 않겠는가. 이렇게 마음을 다시 먹으니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그는 자신보다는 기독교 출판사와 서점을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한다. 그만큼 상황이 나쁘다. 10년 전까지 400곳이 넘던 기독교서점은 어느새 200곳으로 줄었다. 기독교서점은 지역 크리스천을 위한 만남의 장소이자 크리스천 문화 쉼터였다. 하지만 온라인 시대가 도래했고 코로나19까지 덮치자 문을 닫는 곳이 늘었다.

“서점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이분들은 서점을, 출판을, 평생 사명으로 여기며 헌신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전심전력을 다해 책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를 오대양 육대주 산간벽지 어디든지 필요한 곳에 전하는 일이 또 제 사명입니다. 일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문서선교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파주=조용탁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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