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서가 이 시대의 답입니다. 무너진 개인, 가정, 교회 공동체, 민족과 국가의 위기 앞에서 하나님은 2400년 전 참혹한 역사의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가십니다.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막막한 광야에서 어떻게 장미꽃이 피어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미국 개척 시절 이민 교회, 그리고 지구촌교회에서 코로나 기간 절망의 한복판을 지나며 느헤미야서 설교를 나눴습니다.”
최성은(53) 지구촌교회 목사가 ‘살기 위해 울라’(생명의말씀사) 서문에서 밝힌 집필 의도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교회 목양실에서 마주한 최 목사는 느헤미야를 향해 “난세의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느헤미야는 바벨론 제국에 의해 이스라엘이 멸망하고 140년이 지난 뒤, 페르시아 땅에서 유대인 포로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페르시아 왕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그는 예루살렘 총독으로 자원해 4개월이나 걸린 여행길을 기도로 준비하고, 잿더미로 변한 예루살렘에 도착해 단 52일 만에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한다. 무너진 성벽을 다시 쌓은 것뿐만 아니라 패배의식과 절망감에 사로잡힌 이스라엘 민족의 마음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느헤미야란 이름은 ‘하나님이 위로하신다’는 뜻이다.
“느헤미야는 행정가 전략가 리더로서 매력 있는 인물이지만, 목회자로서 가장 끌리는 부분은 기도의 인물이란 점입니다. 느헤미야는 페르시아 왕에게 나아가 예루살렘 파송을 요청하기 전 무릎으로 기도하고 치밀하게 준비합니다. 성벽이 완성된 후 이스라엘 백성이 다 함께 말씀을 듣고 자복하고 회개하고 또 울면서 함께 기도합니다. 지구촌교회는 현재 금요일 저녁 예배를 ‘금요느헤미야기도회’로 드리고 있습니다.”
최 목사는 느헤미야서에 대해 “다음세대를 세우는 책”이라고도 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성벽뿐 아니라, 그런 성벽을 재건할 다음세대를 키우는 강력한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정을 다시 세우고 다음세대를 다시 세우고, 교회 공동체와 민족을 다시 세우기 위해 울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성벽의 완성, 성공의 자리에서 다시 자복하며 울며 기도하는 일, 말씀 가운데 다시 울고 누군가 나를 위해 울어주는 역사가 일어나야 회복과 부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최 목사는 책의 결론으로 “신앙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라며 “과연 내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감하고픈 열망이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한민국 교회학교 학생 48%가 팬데믹 기간 예배의 자리로 나오지 않았다”면서 “어느 때보다 심각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인 자녀들의 신앙을 위해 다 같이 다음세대 재건에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최 목사는 2019년 지구촌교회 3대 담임목사로 부임하기 전 미국 남침례교단 파송 선교사로서 테네시주 내슈빌 다리놓는교회를 개척하고 워싱턴주 타코마제일침례교회에서 사역했다. 미국 남침례신학대학원에서 ‘존 스토트의 복음주의 사역과 신학’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 목사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베스트셀러 ‘두 번째 산’을 보면, 스토트 목사님에 대해 ‘만일 복음주의자들에게 교황이 있다면 스토트가 바로 그 교황’이라고 소개한다”고 말했다.
교권과는 상관없이 목소리는 상냥하고 정중하다. 겸손하고 자기 비판적이면서도 자신감에 넘치며 쾌활하고 낙관적이던 스토트 목사. 그는 온화한 지성의 힘으로 1~2차 로잔대회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담은 로잔언약을 완성한 20세기 대표 복음주의자다. 2024년 4차 로잔대회를 통해 전 세계 복음주의자들이 한국으로 모이게 될 이때, 느헤미야를 포함해 그리스도까지 닮아가는 리더십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