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뜬바타르(42) 몽골 울란바토르 거르덕순복음교회 목사는 간경화 말기로 간 이식이 절실하다. 올해 세 살 된 셋째 딸은 출생 당시 겪은 의료사고로 중증 소아마비를 앓고 있다. 그런데도 그의 입에선 용서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고백이 나왔다.
“딸의 의료사고 당시 많이 힘들었지만 의료진을 용서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법으로 해결한다고 우리 삶이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하나님은 제게 그들도 복음을 들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예수 믿는 우리가 법적 대응을 한다면 저들은 영원히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게 될 것 같았어요.”
몽골인인 에르뜬바타르 목사의 이 같은 사연이 전해진 건 3일 저녁 몽골에서 사역하는 조대희(45·날라이흐순복음교회) 선교사를 통해서였다. 지난해 10월 목사 안수를 받은 에르뜬바타르 목사를 위한 중보기도 요청이었다. 에르뜬바타르 목사와는 4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일용직을 전전하던 에르뜬바타르 목사는 2009년 조 선교사의 노방전도팀을 만난 뒤 예수를 영접했다.
“당시 탄광에서 일할 때 갱이 무너졌어요.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절 구해 달라고 기도했었죠. 하나님은 제 기도를 들어주셨고, 그때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경험했죠.”
이후 바나바 같은 하나님의 종이 되고 싶었던 에르뜬바타르 목사는 2015년 몽골 하나님의성회 소속 신학교에 입학하며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2019년 셋째 딸 인느렐의 출산 중 문제가 생겼다. 탯줄을 목에 감고 있던 딸을 무리하게 빼내면서 호흡곤란이 왔고 결국 뇌성마비가 된 것이었다. 당시 의료진이 2주간 딸에게 수면제를 투여하며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던 일도 나중에 드러났다.
“딸의 상황을 마주했을 때 딱 한 번 ‘왜 우리 딸입니까’라며 하나님께 물었을 뿐, 더 이상 원망하지 않았다. 숨이 멎었던 딸이 기도로 다시 깨어나기도 했었어요. 이렇게 하나님의 일하심을 깨달았는데 어찌 원망할 수 있겠어요.”
그 무렵 에르뜬바타르 목사 역시 간경화가 심해졌다. 몸이 퉁퉁 부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역의 끈은 놓지 않았다. 조 선교사도 한국 의료진을 연결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조 선교사님은 제게 늘 성령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라고 가르치셨어요. 딸의 치료를 위해 급히 한국에 왔을 때도 성령님은 비자부터 비행기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우리와 동행하셨습니다.”
심지어 에르뜬바타르 목사는 최근 간암 초기 진단까지 받았다. 하지만 소명에 응답하려는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성경 속 다니엘과 세 친구의 ‘그리 아니하실지라도’란 고백이 제 고백이며 삶의 원동력이에요. 하나님이 제 생명을 다시 한번 연장해 주신다면, 어둠의 영에 사로잡힌 몽골 복음화를 위해서만 살고 싶어요. 사랑과 치유의 하나님을 몽골 사람들에게 간증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