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이 강한 CEO를 만날 때가 있다. 사업이 아니면 전혀 다른 일을 했을 것 같은 인물이다. 지난달 29일 인천 송도의 사무실에서 만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육대장의 이진수 대표(43·낙원제일교회)가 그랬다. 그는 이야기를 듣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님 기도가 없으셨으면 아마 나쁜 일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했고 대학도 체육 전공으로 입학했다. 부친은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그가 군복무를 하던 중 아버지의 사업이 무너졌다. “휴가를 나왔는데 집이 없어졌습니다. 군대에 있던 제게 연락도 못 한 채 이사를 갔어요. 앞으론 제가 부모님을 돌봐 드리겠노라 다짐하며 자대에 복귀했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스물한살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공사장 인부 생활을 시작했다. 경기도 부천역 인근에서 1000원 토스트도 만들어 팔았다. 건강한 몸이 큰 재산이었다. 하루 4시간 자고 일하며 돈을 모았다. 어느새 토스트 가게가 월 매출 1000만원을 올렸다. 자금이 모이니 다음 사업을 생각했다. “눈앞의 이익을 구하기보다는 오래, 정직하고 바르게 일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민했습니다.”
그를 유혹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어려서 어울렸던 친구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제안을 해왔다. 주로 향락 산업 쪽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그 길을 갔던 친구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며 “제가 바른 선택을 한 건 새벽기도를 다니셨던 어머니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다양한 사업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1인 수입상을 차려 공사 현장에 자재를 공급했고 인테리어 회사도 운영해봤다. 2012년엔 유행하던 버블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1등 업체인 공차에 한참 뒤진 2등이었다. 공차를 인수한 기업이 자금력을 앞세워 물량 공세를 펼치자 감당하기 어려웠다.
사업을 접은 이 대표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생명력 긴 아이템을 찾았다. 뭘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지인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육개장을 먹다 눈이 번쩍 뜨였다.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은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하지만 육개장은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 “레드오션 속의 블루오션으로 보였습니다. 이놈이다 싶어 곧장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유명한 육개장 식당을 찾아다니며 비결을 배웠다. 같이 일할 동료들을 구했다. ‘육대장’이란 이름은 품질 청결 친절 성공 상생 봉사의 여섯 가지 면에서 대장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지었다. 2013년 시작한 육대장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매출이 빠르게 성장했고 가맹점도 3년 만에 100곳을 넘어섰다. 2016년 시장에서 평가한 육대장의 가치는 600~8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자 내부에서 갈등이 높아졌다.
동업자와 갈라섰고 믿었던 직원이 수억원을 횡령한다. 큰 충격을 받은 이 대표에게 자괴감이 찾아왔다. “이런 일까지 겪으며 사업을 해야 하는지 힘이 빠졌습니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사람을 쉽게 믿었습니다. 가족 같던 분들에게 상처를 입으니 삶의 의욕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힘들어하던 중 그는 인천 낙원제일교회 장세호 목사의 설교를 들었다. 장 목사는 이스라엘에서 22년간 사역해온 교역자다. 2002년 폭탄 테러로 크게 다치고 사경을 헤매다 회복했다. 당시 장 목사는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괴로워하는 장 목사에게 의사는 “당신은 살았소. 그래서 아픔을 느끼는 것”이라며 격려했다. 기도하며 아픔을 이겨낸 사연은 이 대표에게 힘을 줬다. “제가 존경하는 목사님이 이렇게 힘든 일을 이겨내셨는데, 다시 하나님 열심히 믿고 힘을 내서 노력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는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그리고 좋은 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며 회사를 키웠다. 사업은 꾸준하게 성장했다. 지금 가맹점은 약 150곳에 이른다. 2021년부터는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내놓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우고 있다.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아 현재 코스트코홀세일과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에서도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과 아시아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한류 덕을 크게 보고 있다. 음식은 문화 상품이다. 한국 문화가 존중받으며 음식 경쟁력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식 세계화는 이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에 두고 있는 분야다. 그는 “다양한 양념과 재료에서 나오는 한국만의 맛은 오묘하다. 이를 세계에 더 잘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프랜차이즈에 대해 높은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에게 삶의 터전이다. 회사는 마땅히 그들에게 든든한 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육대장을 매각해 자산을 모을 기회가 있었지만 브랜드를 11년째 이끌고 있다.
“오래 일할 수 있는 회사를 키우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가맹점주와 직원들이 먹고살 수 있는 일자리 만들어 놓는 게 제 사명이자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