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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가볍게 여기는 ‘유방 양성질환’… 안심도 방심도 금물

입력 2023-01-17 04:10:01
3D유방촬영장면. <대림성모병원 제공>





 
암 발생률 일반인보다 77% 높아
‘비정형 증식성 병변’ 특히 주의
유방 전문 병의원서 진단·치료를

최근 해외 연구에서 유방 양성질환이 장기적으로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스페인 마르의학연구소는 20년간(1996~2015년) 최소 한 번 이상 유방 X선 검사를 받은 여성 77만여명에 대한 추적조사 결과를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저널에 발표했다. 연구 논문을 보면 전체 대상 중 1.5%(1만1708명)가 유방암, 2.3%(1만7827명)는 유방 양성질환을 진단받았다. 그런데 유방 양성질환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1000명당 25명으로 양성질환이 없는 여성(1000명당 15명)보다 77% 높게 나왔다. 이런 상대적 유방암 발생률 증가는 양성질환 진단 후 4년 이내가 99%, 12~20년 사이가 96%로 장기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 양성질환 발견 여성은 양성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게 아니라 개별적인 유방암 검사 전략을 세워 면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젊은 여성, 유방 양성질환 많아

국내에서도 유방 양성질환을 겪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한층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슴 부위에 혹 같은 게 만져져 유방암이 아닐까 불안해하거나 암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더라도 그냥 놔둬도 될지, 제거해야 할지 고민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유방 양성질환에 대해 “지나친 걱정은 불필요하며 그렇다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도 금물”이라며 “어떤 성질의 양성질환인지 파악해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유방 양성질환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40~50종에 달하는데, 그중 20~30종이 결절(딱딱한 혹)이나 낭종(물렁한 물혹) 등 종양의 형태를 띤다. 또 특성상 단순 염증성(급성 유방염, 유관확장증 등)과 비증식증(섬유선종, 낭종, 석회화 침착 등), 증식성(일부 섬유선종, 방사형 반흔, 관내유두종, 경화성 선증, 비정형관상피증식증, 비정형소엽증식증 등)으로 구분된다.

한국인의 유방 양성질환 발생 현황 연구는 많이 이뤄져 있지 않다. 유방암보다 훨씬 더 흔하지만, 암과 관련성이 낮다는 이유로 의료진의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0년 한국역학회지에 발표된 거의 유일한 연구에 의하면 유방 양성질환의 위험요인도 여성호르몬 노출, 이른 초경, 늦은 출산, 짧은 모유 수유, 가족력 등 유방암 원인과 일부분 겹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유방암이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에 주로 발생하는 데 비해 양성질환은 이보다 훨씬 이른 시점부터 발견된다. 중앙대광명병원 유방외과 이안복 교수는 16일 “실제 병원을 찾는 20·30대 여성은 유방암보다는 양성질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한국 여성의 25% 정도에서 발견되는 섬유선종의 경우 20대, 낭종은 35~50세에서 잦다. 관내 유두종은 35~55세 전후에 자주 발생한다.

유방 양성질환의 대다수는 단순 염증성과 비증식성 병변이 차지하며 유방암 발병과 거의 관련이 없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증식성 병변, 특히 비정형세포를 품고 있는 종양(비정상적으로 자라는 유형)은 그 자체가 향후 유방암으로 변신하거나 다른 부위에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유방질환은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크게 5가지(B1~B5)로 분류되고 그에 맞게 적절한 치료 지침이 정해진다. B2~B3일 경우 일반적으로 양성 병변에 속하고 B4와 B5는 유방암이 의심되거나 해당된다.
 
무조건 뗄 필요 없어

김동원 유방외과 전문의(대림성모병원 유방센터장)는 “한국 여성에 흔한 섬유선종이나 섬유낭종성 변화, 경화성 선증, 유관확장증 등이 B2에 속하고 이들은 악성 변화가 거의 없으며 그래서 지켜보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B3에 해당되는 질환들은 악성 변화 가능성이 평균 17% 정도로 보고된다. 그중에서도 비정형 이형성증(유두종·32%) 비정형 유관증식증(28%) 비정형 방사형 반흔(18%) 등 고위험 양성 종양들은 진단되면 외과 수술로 깨끗이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특히 비정형 이형성증과 비정형 유관증식증은 잘 치료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다른 부위 유방암 발생 위험이 보통 사람보다 5배나 높다. 유엽육종이란 특이한 유형도 눈여겨 봐야 한다. 양성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양성 종양 보다 자라는 정도가 2~3배 빠르고 10~15%는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 있는 만큼 수술로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 전문의는 “악성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거나 추후 유방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유형을 어떻게 치료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외과 수술로 제거할지, 맘모톰(큰 관을 찔러 조직을 절개해 뽑아내는 장비) 시술을 할지, 지켜볼지 전문가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양성 종양이라도 의사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양성 종양 진단에는 초음파가 많이 쓰이는데, 일부 병원에선 방사선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기도 해 진단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가급적 유방만 보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유방 종양을 직접 수술하는 유방외과 전문의에게 진단받는 것이 권장된다. 암 가능성이 낮은 물혹이더라도 아주 커서 만져지거나 섬유선종의 경우 통증이 동반되거나 촉지되는 정도라면 절제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상처가 거의 남지 않는 맘모톰 시술이 근래 보편화되면서 유방 양성 종양 제거를 위해 과잉 사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맘모톰은 지름 2~3㎝ 작은 혹을 없앨 수 있는데, 혹이 더 크면 수술해야 하니 빨리 맘모톰으로 떼야 한다고 환자를 설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양성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고 진단받은 사람은 다른 전문의 의견을 한 번 더 들어보는 것이 좋다.

0.3~1㎝ 크기 양성 종양은 대부분 바로 제거할 필요가 없으며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모양과 크기를 추적·관찰할 필요가 있다. 계속 커지거나 통증이 있는 경우, 유방암 가족력이 있어 불안감이나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엔 제거 여부를 의사와 상의하면 된다. 이 교수는 “30세 이상 여성은 매달 생리 끝나고 3~4일 후 스스로 가슴을 만져보는 습관이 필요한데, 가슴에 만져지는 정도로는 양성 혹인지 암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며 “병원에 와서 의사 촉진과 유방촬영, 초음파검사로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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