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0일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 드라마인 ‘더 글로리’가 공개된 뒤 인터넷에 올라온 기독교인들의 하소연이다. 이 드라마는 고등학교 시절 괴롭힘에 시달리던 한 여성이 가해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치밀한 복수를 감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이 드라마를 불편하게 보는 이유는 학교폭력을 설명하는 코드 중 하나로 ‘교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가해자 중 한 명인 이사라(김히어라 분)의 아버지는 큰 교회 담임목사다. 이사라는 교회에 나가 찬양하고 기도한다. 피해자인 주인공에게 거액을 건네며 “난 너한테 한 짓 다 회개하고 구원받았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문화 사역자들은 이 같은 드라마 속 설정을 ‘반기독교적’이라고 무턱대고 비판하기보다는 기독교인으로서 어떤 시선으로 드라마를 봐야 할지 고민해볼 것을 제안했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박욱주 겸임교수는 16일 “반기독교 정서가 만들어진 데 우려와 걱정이 있다”면서 “교회의 책임도 있다. 일부 교회의 부적절한 모습을 반성하는 기회도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서울의 한 교회 목사도 “더 글로리를 쓴 김은숙 작가의 또 다른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선 주인공을 길러준 은인이 요셉 선교사다. 그는 의병을 돕다가 친일파에 의해 살해당했다”면서 “더 글로리에서 그린 교회는 김 작가의 시선이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가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전했다.
다만 기독교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박 교수는 “기독교인에게 구원은 ‘엄중’한 주제”라며 “드라마 속 이사라가 비기독교인이라면 구원을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목사의 자녀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작가가 그런 기독교 정서를 알지 못하고 잘못된 묘사를 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연세대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강의하고 있다.
색다른 해석도 나왔다. 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연구원은 “주인공이 신의 부재를 통해 신을 향한 갈망을 드러내는 게 핵심이다. 독일의 신학자와 철학자가 ‘신은 죽었다’고 공언했던 때도 피폐와 고통 중에 있을 때였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인이 교회와 기독교를 희화화하는 콘텐츠를 접했을 때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임 연구원은 “‘오징어게임’ ‘수리남’에 이어 전 세계에 보급되는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한국의 기독교는 희화화됐고 이는 K기독교 이미지로 굳혀질 수 있다”면서 “기독교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주는 부분은 기독교인들은 불편함을 드러내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드라마에서 말하려고 하는 바에 집중해야 한다. 더 글로리에서 봐야 할 건 학교폭력의 피해자”라고 부연했다.
OTT 통합 검색 및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1월 2주 차 통합 콘텐츠 순위에서 1위에 오르면서 2주 연속 통합 콘텐츠 랭킹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