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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서 성경 읽으면 모든 게 공짜… 아이들 믿음 쑥쑥 키운다

입력 2023-01-28 03:05:01
누구나 성경만 읽으면 모든 게 무료인 ‘가족성경 통독 카페’ 설립자이자 충남 천안 1호점 점주인 이연숙 전도사. 그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인터뷰를 갖고 “오는 3월 논산 건양대점과 부산대점이 문을 연다”면서 “대학가 사주·타로 카페가 모두 성경 카페로 바뀌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장진현 포토그래퍼
 
지난해 10월 강원도 춘천 효자동에 문을 연 성경 카페 춘천점.
 
충남 논산한빛교회점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간식을 즐기는 모습. 지난해 8월 문을 연 이곳에서는 두 달 만에 100여명의 초등학생이 찾았고 그중 13명이 성경 1독을 했다.


백석대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연숙(50) 전도사는 ‘가족성경 통독 카페’ 설립자이자 충남 천안 1호점의 ‘점주’다. 아이들과 노는 게 좋아 놀이방처럼 시작했지만 벌써 5개의 체인점이 생겼다. 성경 카페에서는 성경을 읽기만 하면 모든 게 공짜다. 첫 개시는 하늘이라는 이름의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와 단둘이었다. 불신자 집안에서 태어난 이 전도사가 처음 교회라는 곳에 갔을 때도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충남 청양에서 살던 이 전도사는 이웃 친구 집에 하루 잘 겸 놀러 갔다가 친구가 교회(남양침례교회)에 가야 한다고 해서 그야말로 친구 따라 교회에 갔다.
 
교회에 사로잡힌 꼬마

처음 교회에 갔던 날 이상하게 편안하면서 뭔가에 사로잡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북 치며 아이들을 불러 모으던 전도사님을 따라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하면서 본격적으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예배가 없는 날에도 학교가 끝나면 그냥 교회에 가서 앉아 있었다. 하루는 전도사님이 “연숙이 또 왔네”라고 하면서 “이제는 좀 오래 기도를 해보라”고 권했다.

“기도하는데 뒷덜미에 커다란 불이 오는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성령의 역사였던 것 같은데 당시는 당연히 몰랐죠. 때때로 무서움도 몰려왔어요.”

그렇게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학교 공부는 멀리했다. 당시는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연합고사를 보던 시절이었는데 대전의 고등학교에는 떨어졌다. 안 그래도 못마땅해 했던 부모님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박해’를 시작했다. 이 전도사는 “아버지한테는 연탄집게로 맞기도 하고 머리채를 잡히기도 했다”면서 “대전 유학에 성공했으면 맘 편하게 교회에 갈 수 있었을 텐데 청양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니까 공식적으로는 교회에 갈 수 없었다”고 했다.

드디어 1992년 대전전문대(현 대전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에 진학하면서 꿈에 그리던 독립을 했다. 하지만 막상 대학 생활이 시작되자 세상이 너무 좋았고 신앙에 대한 열정도 식었다. 주일에 교회는 갔지만 평일에는 세상 사람이 됐다. 기독교 동아리 DFC(제자들선교회)에 이름만 올려놨을 뿐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2학년 여름방학 때 금식 수련회에 참석했다. 그때 기도했던 게 다 응답받았다. 기도 제목은 ‘자격증 취득’ ‘졸업과 동시 취업’ ‘미팅 한번 하고 졸업’이었다. 금식했더니 수술도 안 했는데 저절로 쌍꺼풀이 만들어졌다. 이 전도사는 “저는 눈이 가장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면서 “그때마다 ‘제 쌍꺼풀 수술 집도의는 주님이십니다’라고 말하곤 한다”며 웃었다. 기도가 응답받는 경험을 한 뒤 기도가 재밌어졌다.
 
신앙의 분기점

결혼 후 2006년 무렵 지인 사모님의 인도로 갈멜산기도원에 갔을 때였다. 뜨거운 불덩이가 머리, 가슴에 들어오고 혀가 잘리는 듯한 체험을 하며 방언이 터져 나왔다. 주체할 수가 없었다.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어렸을 때부터 내가 택했다.” “왜 우리 엄마 아빠는 교회 못 가게 혼내셨냐”고 따졌다.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너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였다.”

초신자였던 이 전도사는 성령 체험 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났다. 밥 먹고 전도하고 기도하고 예배했다. 그는 “당시엔 성경도 제대로 읽지 않았을 때였는데 ‘나를 지키고 도와주는 하나님이 계시니 악하고 더러운 것들을 이길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정말 신앙생활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도사는 충남 아산의 신창침례교회에서 평신도 사역자 훈련을 받으며 19년 동안 중고등부 교사 사역을 했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아이들한테 써도 아깝지가 않았다. 하지만 늘 맘 한 곳이 허전했다. 그는 “아이들과 즐겁게 놀고 전도와 기도는 알려줬지만 성경 말씀은 가르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기도 제목은 ‘성경을 알고 싶다’였다.
 
한국컴퓨터선교회와의 만남

아이들과 더 친해지려고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2015년 우연히 한국컴퓨터선교회 대표 이영제 목사가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면 사례금을 주겠다는 전단지 사진과 함께 “오늘은 이 고양이를 찾아서 용돈 좀 벌어야겠다”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페이스북 친구가 됐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 이 목사가 쓴 ‘바이블 웨이’라는 책을 공유해주면 10명을 추첨해 보내주겠다는 글에 반사적으로 공유했다.

마인드맵과 도표, 지도로 가득한 바이블 웨이는 성경을 제대로 읽기 위한 참고서 역할을 하는 책이다. 책을 보는 순간 색감이나 글자가 완전히 머리에 꽂혔다. “하나님, 이 책을 만든 분이 한국에 있나요. 있으면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드디어 이 목사를 처음 만났다. 아직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 목사가 여주중앙교회 부흥회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산에서 여주까지 차를 몰고 갔다. 여주 다 와서 신호 위반 차량에 부딪히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전도사는 “정면으로 충돌했으면 큰 사고가 날 뻔했는데 주님이 1초 간격으로 지켜주셔서 다행히 측면으로 부딪혀 차만 파손되고 크게 다치지 않았다”면서 “경찰에 신고하고 차는 놔둔 채 부흥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 목사와 인연을 맺은 뒤 직장에 다니면서 한국컴퓨터선교회에서 6년간 간사로 일했다. 신창침례교회의 중고등부 사역도 계속됐다. 하지만 항상 머릿속에는 직장과 하나님의 일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성경 카페의 탄생

회사 일을 하면서도 항상 아이들과 어떻게 놀고 성경을 읽을까 고민했다. 아예 직장이 있던 천안에 사무실을 얻었다. 정말 아이들과 노는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주변 목사님들이 자녀들을 보내주셨다. 1호 고객은 이동만 목사(기산침례교회 담임)의 딸 하늘이었다. 돌아가면서 소리 내서 성경 읽고 간식 먹으며 하루 놀다 가는 식으로 운영됐다. 마침 이영제 목사가 한국컴퓨터선교회 중부지회를 개설해 맡아달라고 해서 2019년 중부지회 책임자가 됐다. 그해 중부지회 차원에서 12주 과정의 바이블웨이 세미나를 만들어 평신도 사역자 6명을 수료시켰다. 순항하는 듯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모든 것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때 슬리퍼만 신고 선교회 사무실로 매일 성경을 읽으러 오던 하늘이가 했던 말은 성령의 음성 같았어요. ‘여기에 누가 온다고 문을 닫느냐. 나랑 선생님 둘뿐인데 나는 어디서 노느냐. 코로나가 그렇게 무서우냐. 문 닫지 말라’고 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 전도사는 어떻게든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계속 꾸려나가기로 했다. 처음 하늘이와 둘이 시작했지만 조금씩 아이들이 늘어갔다. 집도 처분하고 대출도 받아서 선교회 사무실 옆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편의점처럼 아이들이 즐겨 먹을 수 있는 과자와 음료수, 컵라면 등을 갖췄다. 이곳에선 성경전서가 아니라 큰 활자에 읽기 쉽게 번역되고 낱권으로 제작된 ‘가족성경’이 쓰인다.

아이들이 “여기 카페 같다”는 말을 많이 해서 이름도 아예 ‘가족성경 통독 카페’로 지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성경 3장을 읽으면 모든 게 공짜다. 처음에는 5장을 읽어야 했는데 매일 올 테니까 3장으로 깎아달라고 해서 그렇게 정해졌다. 카페를 거쳐 간 아이들은 150명 정도 된다. 여러 사정상 집에 정을 못 붙이고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도 많다. 얼마 전부터 아이들이 언제든 편하게 올 수 있도록 24시간 잠금장치 없이 개방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 찾아온 아이들은 더듬더듬 성경을 읽다가 지금은 너무 잘 읽는다. 대부분은 교회라고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아이들이다. 교회에 가자고 하지 않지만 놀라운 것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주일예배에 출석한다는 것이다. 이 전도사는 “‘말씀을 읽은 너는 움직인다’는 진리를 믿으니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인간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님 회사의 정규직이 되다

아이들과 함께 이 전도사도 성경을 참 많이 읽었다. 2년 동안 하루에 50장씩 읽기도 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성경이 어려웠다.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에 속 시원한 대답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주변의 권유도 있고 해서 신학 공부를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2020년 백석대 기독교학부 3학년에 편입 원서를 냈다. 하지만 예비 17번으로 불합격이었다. 그는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더니 장신대 2학년인 둘째 딸이 ‘그렇게 신학대에 가고 싶은 거냐’고 묻더라고요. 생각해보니 가고 싶다기보다는 가야 할 것 같았고, 떨어졌을 때는 하나님 회사에 지원했는데 정규직이 안된 그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격 문자가 날라왔다. 앞 순번 16명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기적이었다. 그는 “신학 공부가 재밌고 나의 부족함을 알기에 아이들을 제대로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부 졸업 후 지난해부터 백석대 신대원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사주 카페를 성경 카페로

성경 카페 1호점이 개설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이미 충남 논산과 아산, 강원도 춘천, 경기도 안양 등 4곳에 새로 체인점이 생겼다. 지난해 8월 오픈한 논산한빛교회점은 문 연 지 두 달 만에 100여명의 초등학생이 찾았고 그중 13명이 성경 1독을 했다. 이 전도사는 “기도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는데 체인점 개설 문의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주님께서 하시는구나’라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이 전도사의 소망은 단호했다. “우리나라 대학가에 있는 사주·타로 카페가 성경 카페로 바뀌기를 소망합니다.” 오는 3월에는 논산 건양대와 부산대점이 개설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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