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예수상이 건립된다’ ‘총사업비 1조800억원 규모’ ‘국내 최대 기독교 테마파크’….
몇 해 전부터 교계에 떠돌던 ‘세계 최대 예수상 건립 사업’에 대한 소문이 또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업을 추진하는 (재)한국기독교기념관이 지난달 ‘예수 조형물 착공 감사예배’를 드린 이후의 일입니다.
예수상 건립 사업의 골자는 충남 천안시 입장면 일대 21만6214㎡(6만5400평) 부지에 기독교 테마파크를 세우는 것입니다. 기념관 측이 세우겠다는 예수상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예수상보다 무려 4배 가까이 높은 137m 규모라고 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테마파크 안에 5000석 규모의 예배당과 봉안당 등도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한국의 개신교계에서 통용되던 기존의 문법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총사업비부터 믿기 힘든 수준입니다. 1조800억원. 올해 대구 달서구 예산(1조원)을 크게 웃도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교회들이 이 사업비의 0.1%(10억8000만원)라도 헌금할지조차 미지수입니다.
사실 초대형 예수상은 교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가 아닙니다. ‘도대체 개신교인들에게 100m가 넘는 예수상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이 앞섭니다. 16세기 중반 종교개혁 과정에서 프로테스탄트 교인들은 가톨릭교회가 만든 여러 성상(聖像)을 불필요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안에 인물을 형상화한 성상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배당에 십자가를 거는 것조차 꺼리는 교회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역사와 전통 속에서 세계 최대 예수상 건립 구상에 갸우뚱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교회연합기구를 표방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이 일에 협력하는 모양새도 의문을 낳습니다. 최귀수 한교연 사무총장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교연은 이 일을 주도하는 ‘기념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최근 문을 연 ‘세계 최대 예수상 서울 홍보관’도 한교연 사무실과 같은 층에 있다”면서 “예수상을 숭배하자는 것도 아니고 이 앞에서 절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단순 상징물로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천안시는 이 테마공원 사전분양에 문제가 있다면서 2021년 기자회견을 열어 투자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이후 천안시는 “기독교 테마파크 홍보와 사전분양 과정에 허위·과장 광고 논란을 일으켰다”며 행정대집행에 나서 기념관측이 설치한 광고판의 홍보 문구를 직접 지우기도 했습니다.
논란을 빚고 있는 사업이 교회를 앞세워 또다시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칫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교회가 구설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논란의 중심에 ‘예수상’이 거론되는 게 안타깝습니다. 과연 예수 그리스도가 이런 조형물을 보고 기뻐하실까요. 성경은 말합니다.“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 1:8)
‘내 증인이 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과 초대형 예수상 건립 사이엔 도대체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인간들의 또 다른 욕심에 예수님의 눈물이 비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