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과 자연법칙을 설명해주는 신화와 종교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과학적 지식의 산물이다. 현대에서는 우주로 나가고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며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갈까.
계묘년 입춘을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숭실사이버대 종로캠퍼스에서, 최근 인문학자인 임종권 한국국제학연구원장과 ‘역사와 과학’(인문서원)을 펴낸 공학자 한헌수(64) 숭실사이버대 총장을 만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을 지낸 고 한완석 목사의 차남인 한 총장은 숭실대 총장과 한국대학봉사협의회 회장, 안익태기념재단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 통일한국세움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COVID-19 사태로 본 완벽한 통제의 시대’(바른북스), ‘TV방송기술’(미래컴), ‘지능형 로봇제어공학’(미래컴), ‘전자 정보통신공학’(미래컴) 등의 책을 썼다.
우주과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질문 ‘하나님은 누가 만들었나’에 대해 한 총장은 빅뱅이 작은 덩어리 하나가 폭발하며 생겨난 것이라면 작은 덩어리는 어디에서 생겨난 것이냐고 되묻는다. 대답이 참 궁색한데, ‘작은 덩어리가 폭발하여 순간적으로 우주가 탄생했던 것처럼 이 광대한 우주가 어느 한순간 작은 덩어리로 다시 뭉쳐지는 과정이 반복하는 것이다’는 대답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 다시 드는 의문점은 ‘그 폭발은 어떻게 일어난 것인가?’이다. 이에 대한 대답 역시 궁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스티븐 호킹처럼 자연적인 폭발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많지만, 창조자인 하나님이 폭발을 일으켰다는 대답을 우주과학자들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어떤 다른 것으로도 설명이 어려우니까요. 그럼 마지막에 나오는 질문이 있지요. 창조자인 하나님은 누가 만들었나? 여기부터는 과학이 아니고 신앙이죠. 창조자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이니 믿든지 안 믿든지 선택해야죠. 마치 우주 공간에 인간의 감각과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흑암 물질과 흑암 에너지가 있다고 믿는 것처럼요.”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했다면서 생로병사와 고난과 고통을 준 것은 모순이 아닌지요’라는 질문에 한 총장은 하나님의 생명에 대한 생각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면서 세상에서 육신의 삶을 경험하도록 창조된 존재인데 인간은 이 세상에서의 삶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보다는 우리의 영이 잘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고 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고난을 당하는 이유는 뭘까. 욥기를 통해 역사적으로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으며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본다. 설령 죄가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도움을 간구하는 사람들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 것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하나님 곁을 떠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진화론을 만든 다윈도 10살짜리 딸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사랑의 하나님은 없다고 선언하게 되니까 말이다. 세상에서 겪는 고난과 고통, 심지어 죽음의 경험도 영원히 존재할 영의 구원을 위함이라는 하나님의 관점을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나님은 왜 인간을 창조했을까. 태초에 하나님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한 다음 그들이 거처하기 위한 장소로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고,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축복해 줬다.(창 2:8)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 인간을 만나고 인격적 교제를 나누며 인간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게 했다. 그리고 창조주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를 찬송하게 하려함이니라.”(사 43:21)
그렇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한 목적은 하나님이 인간들과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세상 만물을 다스리게 한 것이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인간들이 다스려야 할 세상 만물, 우주와 모든 생명의 신비까지도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줬다. 이러한 창조의 목적을 잊지 않고 이루어 나가려고 노력할 때 하나님께 영광을 올릴 수 있고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과 정상적인 소통을 이어갈 수 있다.
한 총장은 “우리가 찾아내는 우주는 알면 알수록, 한 걸음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생겨나는 질문들이 더 어려워지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하나님의 개입이 없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간은 우주를 좀 더 넓게 세밀하게 알아가게 되면서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등에 대한 합리적 추론을 하게 됐다는 얘기다. 우리가 알아낸 3차원적 우주가 우주의 전부인지, 이런 우주가 똑같이 다른 곳에도 있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별개의 우주가 우주 넘어 여기저기 또 있는 것은 아닌지. 평행우주와 다중우주에 대한 추론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동원해 설명해 보지만 추론을 입증하려는 과정에서 또 다른 궁금증이 꼬리를 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유리 어항에 갇혀있는 물고기를 보듯이 우주 밖, 다른 차원에서 우주를 내려다볼 수 있기 전에는 어느 것도 입증되기 쉽지 않다는 거죠.”
한 총장은 너무나도 명백하지만, 답을 하면서도 궁금증은 여전히 남는다고 했다. 질문을 바꾸어보면 ‘창조주가 인간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을까’인데 창세기에는 ‘땅에 충만하고,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라는 사명을 주셨고 이사야는 ‘하나님을 찬송하게 하려 함’이라는 깨달음을 줬다고 했다. 결국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도록 세상을 잘 다스리라고 인간을 창조했다’는 것이 성서적인 답임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창조의 목적이 있으니 이에 따르는 것이 사명이다. 그런데 한 총장은 하나님이 준 지혜로 알아가게 되는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대하면서 이 답 속에서 생겨나는 궁금증이 있다고 했다. 온 우주 만물을 만들고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는 하나님이 영원의 시간 속에서 보면 먼지만도 못한 인간으로부터 받고자 하는 찬송은 어떤 것이고 영광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는 평행우주와 다중우주론이 나올 정도로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를 만든 창조주에게 셀 수 없이 많은 별 중의 하나인 지구 위에서 순간을 살다 가는 인간의 순종이 어떤 영광이 될지를 끊임없이 묻게 됩니다. 참 신앙인이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총장은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에 대해 설명했다. 인류가 살아온 과정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문명과 과학기술은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에덴동산 밖으로 던져진 인간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현대를 사는 우리 세대까지도 에덴으로의 복귀가 아닐까. 그런데 에덴은 어떤 곳일까. 인류가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에덴은 하나님만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인류가 에덴에서 추방당하며 그리워했던 기억은 안전했고, 먹고 사는 것이 풍족했으며, 병 걸릴 염려가 없이, 하나님과의 소통이 자연스러웠고, 동산의 어느 곳이든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그런 곳이었을 것이다. 인류가 모여 살면서 사회를 이루고 문명을 만들어오는 과정에서 그렇게 만들어줄 나라를 만들어보려 노력했고 그런 인류공동체를 꿈꾸면서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온 결과가 지금의 우리 모습이다. 한 총장은 그러기 위해 하나님이 창조한 우주를 알아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고, 생명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고 필요한 기술들을 만들었던 것인데 이제는 상당한 수준으로 목표 지점에 도달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평가해본다고 했다.
“결국은 하나님이 허락한 선과 악을 구분하는 지혜로 우주와 인간 창조의 원리를 깨우칠 것으로 생각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신이 되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에덴을 회복하기 어려울 겁니다. 에덴을 만드신 하나님의 속성, 사랑은 인간이 결코 따라 할 수 없고 흉내도 낼 수 없으므로 신이 될 수는 없지요. 다만 가상의 세계에서는 이미 인간이 신이 되었습니다. 가상의 세계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죠. 걱정되는 것은 이런 가상세계를 창조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 세계를 가상세계로 꾸며보려는 시도가 맹렬하게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한 총장은 역사와 과학, IT와 스포츠, 멀티미디어와 감성공학, 멀티미디어와 의료공학 등의 융합 연구에 몰두하며 후학 양성에 진력하고 있다. 숭실사이버대학을 글로벌 대학의 장으로 견인해 웅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는 한 총장은 평소 ‘소통’과 ‘융합’을 강조한다. 그는 ‘포황빙하(包荒憑河)’라는 좌우명을 늘 가슴에 품고 산다고 했다. ‘황무지를 옥토로 개간하듯 거친 것을 끌어안고, 강을 맨몸으로 건너듯 용맹하게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