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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3년 만에 해외 단체여행 재개한 中, 관광 특수 기대감 ‘들썩’

입력 2023-02-06 04:10:01
홍콩과 중국의 육로 접경 검문소 중 하나인 록마차우 검문소가 지난달 8일(현지시간) 3년 만에 운영을 재개하자 여행객들이 분주히 이동하는 모습. 홍콩 당국은 3일(현지시간) 중국 여행자 수 할당량을 해제하고 코로나19 PCR 검사 요건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AP뉴시스




3년 만에 해외 단체여행을 재개하는 중국이 관광 특수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 중국인들은 한 해 1억5000만건이 넘는 해외여행을 했고 전 세계 각국에서 167조원 이상을 썼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중국 여행 업계뿐 아니라 관광 산업 비중이 큰 유럽과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인 ‘큰손’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다만 고강도 봉쇄 정책 탓에 문을 닫은 여행 관련 업체가 많고 올봄 코로나 재확산 가능성도 제기돼 정상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여행상품 매진, 여권 신청도 급증

5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여행업체 차이나스프링투어는 태국 방콕과 푸껫, 라오스 비엔티안 등 3곳으로의 단체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상하이에서 푸껫으로 가는 5박 6일 일정 상품은 출시 당일 매진됐다”며 “지난 3일까지 1000개에 가까운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선 15개국으로 향하는 700개의 해외여행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여권 신청 건수도 급증했다. 차오양구 여권 신청 사이트는 오는 8일까지 예약이 끝났다. 베이징시 공안국은 SNS 계정에 “차오양·하이뎬·둥청·시청·펑타이구의 여권 신청 대기 시간이 특히 길다”며 “인근 지역의 접수처에서 신청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했다.

중국은 지난달 8일 해외 입국자 격리를 폐지한 데 이어 오는 6일부터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헝가리 뉴질랜드 등 20개 국가로의 단체 여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지난달 20일 이러한 방침을 발표하면서 비자 발급 중단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프랑스는 단체 여행 국가에서 제외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두 나라를 지목해 “중국인들의 엄청난 해외여행 수요가 가져올 특수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3년간 억눌렸던 중국인들의 여행 욕구는 지난달 춘제 연휴 때 한차례 폭발했다. 해외 항공권 예약은 지난해 대비 4배 늘었고 호텔 이용도 2배가량 증가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온 전세기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전통 노래와 춤으로 이들을 반겼고 관광부 장관 등이 직접 나와 꽃다발을 건넸다. 태국 방콕에선 춘제 연휴 기간 거리에 중국식 홍등을 설치하는 등 곳곳에서 환영 행사를 열었다. 태국은 중국발 코로나 확산 우려에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입국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고 관광객 유치로 방향을 틀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도 중국발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코로나 검사를 지난 1일부터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에 대해서만 축소 시행하고 있다. 중국인 여행객들의 명품 구매력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 국가가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고 여러 편의를 봐주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관광 특수 때문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중국인 관광객이 1억5500만건의 해외여행을 했고 이들의 소비 금액은 1338억 달러(167조3800억원)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재확산 우려 여전…여행 제한 전망도

6일부터 중국 왕래 시 적용됐던 제한이 모두 해제되는 홍콩과 마카오도 관광객 유치에 뛰어들었다. 홍콩은 다음 달부터 6개월 동안 항공권 50만장을 무료로 배포하고 250여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20억 홍콩달러(3117억원) 규모의 ‘헬로 홍콩’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2일 캠페인 시작을 알리는 행사에서 “이제 홍콩을 즐기는 데 고립도 격리도 제한도 없다”며 “홍콩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5600만명으로 홍콩 인구(750만명)의 7배가 넘었다.

마카오도 중국 본토를 비롯해 대만 등의 관광객에게 무료 항공권 12만장을 제공할 방침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 탓에 카지노 고객이 끊겼던 마카오는 중국 당국이 여행 제한을 해제하면서 지난달 카지노 게임 수익이 14억 달러(1조724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그동안 특별행정구인 홍콩·마카오 하루 여행객 수를 6만명으로 제한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중국 방역 당국은 우려됐던 춘제 발 코로나 재확산은 없으며 확산세가 잦아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 동안 중국 전역의 병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은 3278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68명이다. 지난달 4일 하루 4273명이 사망해 정점을 찍은 뒤 30일엔 434명으로 약 90% 감소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중국 내 코로나 확산이 절정에 달했고 코로나 감염으로 형성된 항체가 3~6개월 이후 서서히 감소하는 것을 고려하면 오는 3~5월 재유행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 사이에 코로나 감염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어 당분간 여행과 지출을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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