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기획사 하이브가 ‘K팝 명가’인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업계 안팎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초기 K팝을 선도한 SM엔터테인먼트의 노하우와 최신 트렌드를 따르고 있는 하이브의 만남 자체가 긍정적 시너지를 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반면 ‘엔터 공룡’의 출현으로 K팝 시장의 다양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가요계에선 두 회사의 결합이 전통과 혁신, K팝 신구세력의 결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SM이 28년간 써온 K팝의 역사에 하이브의 혁신이 더해질 거란 것이다. K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전성기를 맞았다. 12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기준 2억3138만9000달러(약 294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K팝의 성장에는 SM과 하이브가 기여한 바가 컸다. SM은 K팝을 세계 음악 시장에 선보인 주역이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2000년 그룹 HOT의 베이징 콘서트를 시작으로 보아를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 이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가 뒤를 따랐다.
하이브는 BTS와 함께 K팝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면서 북미 등 전 세계에 K팝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러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레이블 체제를 만들었다. 하이브 레이블 산하의 그룹 세븐틴(플레디스), 르세라핌(쏘스뮤직), 뉴진스(어도어)는 최근 K팝 시장을 선도하는 톱 티어들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K팝은 아티스트 중심이라기보다는 프로듀서, 제작자 중심의 흐름으로 만들어진 장이다. SM은 프로듀싱 경험치가 독보적으로 많은 회사”라며 “거기에 K팝의 약이었던 아티스트의 진정성, 팬덤과 끈끈한 관계를 만든 게 하이브”라고 분석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SM과 하이브의 결합은 K팝 전반에도 새로운 기회”라며 “과거에는 K팝이 영미권을 따라가는 추격자였으나 이제는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브 단계로 나아갔기 때문에 SM과 하이브의 만남은 K팝 콘텐츠의 표준 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 평론가는 “전체적으로 보면 K팝에 긍정적일 수 있겠으나 프로듀싱 과정이 비슷해지면 결국엔 각 회사가 가진 개성이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독과점이 공고화되면서 다른 중소기획사의 다양한 K팝 콘텐츠 생산 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BTS는 ‘흙수저’ 아이돌이 스스로의 피땀 눈물로 일궈낸 성공 스토리로 인기를 얻었는데 오히려 제2의 ‘흙수저’ 아이돌의 성공 신화가 나오지 못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리스크는 하이브의 역량이다. 하이브는 그동안 몸집은 커졌으나 시스템이나 인력 구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영까지 해내려면 하이브의 역량 강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음 달 열리는 SM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수만 대주주가 하이브가 넘기기로 한 지분율은 14.8%다. 만약 SM 현 경영진이 얼라인·카카오와 함께 소액 주주를 설득해 표 대결을 벌이면 인수합병에 난항이 예상된다. 하이브와 SM의 합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 될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