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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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MZ세대 향한 복음의 통로… 무엇으로 소통할지 집중할 때

입력 2023-02-14 03:10:01
전문가들은 “문화는 다음 세대를 향한 ‘복음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CCM밴드 아이자야씩스티원이 지난해 12월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김포순복음교회에서 ‘오직 말씀으로’를 주제로 참가자들과 함께 둥글게 선 채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아이자야씩스티원 제공




급속도로 바뀌는 문화 트렌드 속에서 기독교도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기독 문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속도에 둔감한 기성세대 교인들은 신 문화를 수용하는데 다소 벅찬 모양새다. 최근 유명 찬양 사역자 A씨는 “기성세대가 젊은 문화를 자신들의 카테고리 안에 넣으려고 한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경험만으로 젊은이들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시대 기독 문화 속에 흐르는 ‘MZ코드’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들과 신앙 안에서 동행할 수 있을까.
 
문화, 복음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

1990~2000년 초반에만 해도 교회에 ‘드럼을 비롯한 전자 악기를 허용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보수 교인들은 드럼, 일렉트로닉 기타 등 밴드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가 교회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반대로 “악기는 예배의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비교적 진보적인 교인들의 주장도 이어졌다.

20~30여년이 흐른 지금 교회 음악은 락을 포함해 재즈, 일렉트로닉, 힙합 장르까지 소화하고 있다. 최첨단 음악적인 요소들이 오늘날 풍성한 예배를 만드는 데 일조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전통 예배 스타일을 깨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참여 중심적인 예배도 돋보인다. ‘하나님이 우리 아픔에 공감하신다’는 직관적인 가사와 랩이 대표적인 예다. MZ세대는 자신들이 누리는 문화를 관통하는 기독 문화를 공유하며 은혜받는 세대다.

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연구원은 12일 “과거에는 가사와 찬양이 경배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하나님의 신성보다 성육신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며 “‘하나님이 우리의 삶 속에 함께 계신다’는 직관적인 가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하는 가사”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예배의 본질(하나님 찬양)을 망각하고 세상 문화의 화려함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소년사역 전문기관인 브리지임팩트 정평진 목사는 “현대적인 문화 요소가 사탄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교회가 이를 신학적으로 올바르게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분별력을 키우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문화를 견제하는 태도는 역으로 교회가 도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힙합 같은 세상 장르의 음악이 교회 안으로 들어오는 현상에 대해 그는 “이 역시 복음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다”며 “그릇에 무엇을 담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복음의 본질

참여적이고 주도적인 MZ세대를 봤을 때 문화가 ‘복음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정 목사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한 MZ세대의 특징은 오히려 복음이 들어갈 수 있는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교회와 사회가 엄격하게 분리돼 있어 교회가 마치 성역처럼 여겨졌지만, 다양한 문화적 소통창구가 되면서 교회의 진입장벽이 한층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교회에 원하는 문화 코드는 무엇일까. ‘내 말에 귀를 좀 기울여 주세요’로 요약할 수 있다. 이예지(25)씨는 “(교회가) MZ세대를 단순히 공감하는 것을 넘어 청년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추상적인 복음 콘텐츠가 아닌,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신앙에 적용할 수 있는 삶과 밀접한 문화 콘텐츠를 제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이직교회(조정민 목사)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의 문화에 공감하고 삶 속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교회가 유명 크리스천 가수를 초청해 콘서트를 여는 것은 어떨까. 이다빈(23)씨는 “교회는 재밌는 곳이어야 하고, 안 믿는 이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어야 하는 곳”이라며 긍정적이었다. 그는 “비신자가 문화를 통해 교회의 담을 넘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은 전반적인 삶 속에서 신앙적 영감을 얻기도 했다. 김세윤(29)씨는 “세상 문화라는 이유로 무조건 단정화하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면서 “교회가 지역사회와 협력해 영화제 같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나누는 기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임 연구원은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문화는 추억으로 향유하면서 현재 세대 문화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대와 문화가 달라졌다. 비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떤 마음과 과정을 거쳐 콘텐츠가 만들어졌는지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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