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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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 전문 전도대가 간다

입력 2023-02-25 03:05:01
그래픽=신민식


무속전도전문교회 대원들이 24일 서울 신월동 주택가에서 합심기도를 드리고 있다. 무속전도전문교회 제공


전도대원들이 무당과 역술인을 만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무속전도전문교회 제공


회심한 무속인의 신당(神堂) 집기를 철거하는 대원들. 무속전도전문교회 제공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주택가.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암’ 점집 문을 두드리며 무속인(무당)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점괘나 운세, 사주팔자 보고 굿하는 집이지요?”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신가요. 들어오시죠.”

점집 안에서의 대화는 한참 계속됐다. 이들의 얘기는 과일과 간식을 함께 먹고 어둠이 내리는 데도 그칠 줄 몰랐다.

“신내림은 언제 받았나요. 귀신을 보십니까. 혹시 일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어요. 혹시 기독교인도 점 보러 오나요?”

“왜 힘든 점이 없겠어요. 너무 힘들고 괴롭습니다. 병이 날 정도예요. 우리 집 손님 10명 중 3명 정도는 기독교 신자입니다.”

“그러시군요. 정말 힘드시겠어요. 혹시 괜찮으시면 예수님 얘기를 들어보시겠어요?”

이날 무속인을 찾아 그들의 얘기를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한 사람들은 서울 예원교회 김인숙 전도사와 성도들로 일명 ‘무속전도전문교회’ 대원들이다.

무속전도전문교회는 주택가에 무속 신앙이 활개치자 이를 막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특별히 구성한 전도팀이다. 2000년 초 이 교회 강성식 전도사와 김순종 장로가 의기투합해 ‘무속 전도 캠프’를 열며 출범했다.

대원들은 매 주일 오후 예배를 드린다. 무당집으로 출발하기 전 함께 예배를 드리고 2~3명씩 전도팀을 구성해 출발한다. 전도 방법은 우선 무속인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면서 무속인들이 처한 어려운 점이나 가정 형편을 듣는다. 이를 통해 음식이나 반찬을 배달해주기도 하고 경조사를 챙기기도 한다. 전도팀은 “예수님은 그리스도(구원자)이십니다. 하나님 은혜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과 함께 벌써 20년 넘게 이 사역을 펼치고 있다.

대원들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전도 활동을 하지 말라고 내쫓고 비아냥거리는 무속인도 있었다. 소금이나 쌀 세례를 받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겨울 찬바람엔 덜덜 떨었고 한여름엔 땀을 비 오듯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전도의 노력에 결실도 있었다. 그동안 100여명의 무속인들이 회심했다. 무속인 J씨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복음을 받아들여 크리스천이 됐다. J씨는 “무속인 생활 40년은 허무 그 자체다. 각종 귀신에게 시달렸다. 병을 고치지 못하는데 고치는 척하며 사례비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기독교인과의 만남과 속 깊은 대화가 없었다면 이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무당이 되는 사람에게 내려지는 신병은 일종의 저주나 낙인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 60대 여성 Y씨는 무당 집기를 모두 부수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해 지금은 직접 무속인 전도에 나서고 있다. 무당 생활 10년을 청산한 L씨는 “무당이 되고 신당 차리는 데 적잖은 비용이 들었다. 늘 빚을 지며 생활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무속신앙을 벗어난 것이 큰 행복”이라고 눈을 질끈 감았다.

무속인들은 이 교회에 출석하면 ‘무속캠프’에 참석해 치유훈련을 받는다. 대원들과 함께 성경을 공부하며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나눈다. 교회는 자립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교회는 ‘치유센터’를 지어 미신 퇴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표어는 사도행전 4장 12절이다.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 하였더라.”

대원들은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며 무속 전도 활동이 의미 있는 사역이라 입을 모았다. 김인숙 전도사는 “무속인 전도를 하다 보면 종교에 대한 깊은 성찰을 얻을 수 있다. 참된 영성이 강화돼 누구든 전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무당은 원래 특정한 마을 귀신을 모시거나 몸 안에 받아들인 귀신을 따르는 샤먼이자 축제를 주관하는 사제였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굿이나 부적, 점술, 퇴마, 각종 비방을 파는 종교 서비스 종사자가 됐다. 현대 종교의 맥락과는 많이 동떨어진 상업적인 사제 개념에 가깝다. 그런데 무속 신앙 자체가 통일된 교리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 보니 무당마다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면 기독교인에게 ‘사막 잡귀’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소금을 뿌려 쫓아내는 무당이 있는가 하면 예수님을 아예 그들의 신으로 섬기는 무당도 있다.

국내 역술인협회와 기독교계 등에 따르면 현재 무당과 역술인(점술가 등)은 협회원과 비협회원, 관계자 등을 포함해 약 100만명으로 추정한다. 국내 역술시장 규모는 최소 4조원에서 최대 6조원대로 보고 있다. 수입이 억대를 웃도는 무속인도 있다. 굿 한판에 수천만원의 돈을 벌기도 한다. 정·재계에서도 무당을 믿는 이들이 적지 않아 소문만 잘나면 부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한맺힌 망자의 영혼을 달래준다는 자극적 TV 드라마나 사업, 인터넷 사이트 및 카페가 성행하고 있다. 역술학원이나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도 점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운세를 보거나 결혼 상대자와의 궁합을 보는 크리스천이 아직도 적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각종 무속 관련 광고에서 ‘기독교인 비밀 절대 보장, ○○철학관(사주 관상 등)’이란 글귀를 볼 수 있을 정도다.

성경은 무속 행위나 환생 등의 개념을 철저히 배제한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후 상태는 변할 수 없는 상태라고 가르친다.(신 18:9~14, 눅 16:19~31) 예수님께서도 귀신들린 자를 아시고 말씀으로 치료하셨다. 더러운 귀신(마 10:1), 악한 귀신(삼상 16:14), 미혹하는 영의 귀신(딤전 4:1), 점치는 귀신(행 16:16), 눌러 아프게 하는 귀신(행 10:38, 눅 8:30) 등이 그 예이다.

‘목사님도 모르는 교회 안에 무속신앙’의 저자 서재생 목사는 “무속인은 많은 영혼으로 신을 받든다고 하지만 굿을 하지 않으면 가족 중 누가 죽는다느니, 조상신이 심하게 노했다느니 하며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린 사람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서 목사는 “교회 안에서도 앞일을 예언해 준다거나 사소한 일상사를 운세 보듯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며 “이른바 신령하다는 권사나 기도하는 분에게 자녀 진학이나 건강 등의 문제를 놓고 ‘예언 기도’를 부탁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는 교회가 성도들의 답답함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경기가 침체되거나 재해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종교에 더 의지하는데 기독교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미신과 신비주의, 주술적 행위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예수교회(임우성 목사)는 20여년간 점집이 즐비한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전도지를 돌리고 있다. 이를 통해 무속인이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점치는 행위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린다. 임우성 목사는 “무속이나 신비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하나님과의 관계와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성경은 길흉화복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가르치고 있다. 기독교인은 점집이 아닌 말씀과 기도를 통해 인생의 계획을 정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했다.

무당집을 찾아다니며 무속인 30여명을 전도했다는 무속전도전문교회 김선한 장로는 “교회는 신자들을 분별력 있는 신앙인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비윤리적이나 반사회적인 성도가 되지 않도록 건강한 신앙교육과 계몽에 힘써야 한다. 전문 성도가 목회자를 도와 상담역으로 참여하는 것도 기독교인의 ‘무당집 행’을 막는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글·사진=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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