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이 시작됐다. 교회 공동체와 성도들은 부활절까지 40일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며 경건과 절제를 연습하는 특별한 기간이기도 하다. 국민일보 인턴기자들이 사순절을 맞아 단식 기도와 미디어 금식, 성경 통독을 통한 사순절 영성 훈련에 도전해봤다.
삼시세끼 끊고 단식 기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 ‘단식’은 처음이었다. 물을 마시면서 음식만 섭취하지 않는 ‘금식’은 10년 전에도 해봤다. ‘단 하루 만이라도 곡기를 끊고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해보자.’ 지난 20일 굳은 각오를 품고 서울 서대문구 요나3일영성원(원장 이에스더 목사)을 찾았다.
이곳 전도사의 안내로 예배당에 들어가 먼저 기도 요청 카드를 작성했다. ‘하나님 사랑을 깊이 깨닫길 원합니다’ ‘교회와 멀어지지 않길 원합니다’ ‘아버지와 매형이 주님을 간절히 찾길 원합니다.’ 3가지 기도 제목을 빈칸에 채우고 개인 기도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1일 단식관으로 배정된 ‘요나 3번방’에 들어갔다. 허리를 숙이고 들어간 3.3㎡(1평)가 채 안 되는 골방은 성인 남성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정도였다. 폭은 팔을 벌릴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스마트폰까지 반납한 터라 기도실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문득 요나가 떠올랐다. 만약 요나가 사공과 물고기 배 속에 함께 들어갔다면 그는 수다를 떠느라 기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요나가 물고기 배 속에서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었을 것이다. 요나가 처했던 상황을 묵상하며 두 손을 모았다.
“하나님만 바라보고 싶어 이곳에”
오후 1시50분. “인턴기자님, 예배드리러 내려오세요.” 영성원에 있는 예배당에선 이미 성도 셋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찬송가 8곡을 연이어 부르는 도중 이에스더 원장이 통성 기도와 설교를 이어갔다. 1시간 정도 이어진 예배와 기도를 마친 뒤 개인 기도실로 향하다 단식 중인 신은정(43·여)씨를 만났다. 그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하나님만 바라보고 싶어 이곳에 왔다”며 “1일 단식을 8차례 했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3일 단식을 결단했다”고 했다.
다른 이들의 사연은 어떨까. 이곳 방문자들이 꾹꾹 눌러쓴 간증문이 눈에 들어왔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1일 단식을 완주했다는 아홉살 여자아이의 사연을 읽고 다시 기도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기도 제목이 다 떨어졌다. 같은 내용으로 기도하려니 “중언부언하지 말라”던 성경 말씀이 떠올랐다. 이런 생각도 비집고 올라왔다. ‘주님은 다 아시는데 굳이 왜 기도해야 할까.’
예수 고난 묵상하며 신앙생활 반추
마태복음을 읽어나갔다. 26장 36~46절이 눈에 들어왔다. 예수는 멀리 떨어져 기도하고 있었고 제자들은 졸고 있었다. 순간 오전 중 기도실에서 졸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예수의 고난에 무감각했던 신앙생활도 돌아봤다.
하나님은 내 머리털 수까지 헤아릴 정도로 나를 잘 아신다. 그런데 나는 하나님을 잘 모른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보다 내 문제가 터질 때만 기도할 때가 더 빈번하다. 예수는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기도가 아니었다. 예수의 기도를 묵상하며 기도할 이유를 찾았다.
오후 6시 기도실을 정리했다. 예배당에서 이 원장과 장덕봉 요나3일영성원 목사의 축복 기도를 받고 바깥으로 나왔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은 배고픈 길이었다. 하지만 이날 영성원에선 영적 배고픔도 함께 얻었다. 다가오는 고난주간에도 1일 단식을 결단해본다.
단식(금식) 기도를 위한 팁
단식(금식) 기도는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장 목사는 단식 기도에 나서는 이들에게 5가지 팁을 제시했다. ①조용한 공간 확보하기 ②성경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기 ③시간을 정해 놓고 기도하기 ④미디어 금식 병행하기 ⑤단식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기 등이다.
이현성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