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거치며 한국교회 성도들은 신앙 수준이 코로나 이전보다 약화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규모가 클수록 신앙이 약화됐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한국교회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지점이다.
국민일보는 코로나19로 인한 2020년 2월 예배당 폐쇄 사태 3년을 맞아 감염병 시대 한국교회의 지형도 변화를 5회에 걸쳐 살핀다. 한국교회에 주어진 도전과 과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 속에서 어떻게 우리의 모습이 변화됐는지 명과 암을 조명한다.
먼저 어두운 부분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코로나19 이후 매년 전국의 만19세 이상 개신교인 남녀를 대상으로 신앙 수준 변화를 추적 조사해 왔다. 2020년 11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개신교인 1000명 조사에선 신앙이 약해진 것 같다는 응답이 26%, 비슷하다 40%, 깊어진 것 같다 18%였다. 예장통합 목회데이터연구소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공동으로 벌인 2021년 6월 1000명 조사에선 약해진 것 같다 30%, 비슷하다 42%, 깊어진 것 같다 18%였다. 지난해 4월 1500명을 대상으로 한 가장 최근 조사에선 약해진 것 같다는 응답이 대폭 늘어 38%, 비슷하다 44%, 깊어진 것 같다 13% 순이었다.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는 27일 “당장 현장예배 출석률이 올라가고 헌금이 회복됐다고 해서 안주해선 안 된다”면서 “성도들이 자문자답(自問自答)을 통해 신앙이 약해졌다고 응답했다면 앞으로 예배 출석률, 봉사 참여율 등이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앙의 약화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한국교회 위기의 선행지표란 지적이다.
신앙의 약화 응답은 대형교회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2021년 6월 추적조사와 지난해 4월 추적조사를 교회 규모별로 비교했더니 소형교회로 분류되는 99명 이하 구간에선 신앙이 약해진 것 같다는 응답이 1년 새 27%에서 28%로 별 차이가 없었다. 이전과 비슷하다는 대답은 41%에서 51%로 늘었다.
중형교회인 100~999명 출석 구간에선 약해진 것 같다는 응답이 30%에서 39%로 9%p 늘어났고, 대형교회인 1000명 이상 출석 구간에선 같은 응답이 36%에서 46%로 10%p 격차를 벌린다. 대형교회에선 비슷하다는 응답이 1년 새 40%에서 38%로 줄고, 깊어진 것 같다는 답변도 19%에서 12%로 7%p 줄어들었다.
잃은 게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 코로나 시기 이웃과 사회를 위해 일시적으로 모이지 못하고 흩어져 예배를 드려야 했을 때 한국교회의 선택은 ‘말씀 묵상 365’였다. 신앙약화 체감 현상의 파고에 맞서 한국교회는 현장예배 회복은 물론 매일 말씀묵상 운동의 확산에 힘을 쏟았다.
김병삼 성남 만나교회 목사는 2021년 오스왈드 챔버스의 묵상집 ‘주님은 나의 최고봉’(토기장이)을 매일 유튜브로 해설하며 성도들과 함께 1년을 보냈다. 만나교회는 2022년엔 매일 성경 통독을 진행했고, 올해는 김 목사의 365일 묵상집인 ‘하나님의 숨결’(두란노)을 통해 ‘매일 만나’를 경험하고 있다. ‘하나님의 숨결’은 연말연시 기독출판 베스트셀러 수위를 지켰다. 김 목사는 국민일보 저자와의 만남 당시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한국교회엔 매일 묵상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성경 통독을 강조하는 서울 베이직교회(조정민 목사)는 전 교인이 성경을 한두 장씩 낭독해 녹음을 이어 붙여 만든 오디오 성경을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뭇별 성경’이다. 창세기의 아브라함이 올려다본 밤하늘의 뭇별처럼 흩어지는 교회를 지향한다. 최주훈 서울 중앙루터교회 목사는 코로나 3년간 성도들과 함께한 매일 묵상집 ‘고요한 저녁 묵상’(비아토르)을 저술했다. 매일 만나, 말씀 365, 데일리 브레드, 말씀 119 등 이름은 다양하지만 모이지 못할 때 매일 성도들과 말씀 묵상을 SNS로 나누는 일이 한국교회의 주된 특징이 됐다. 새벽기도로 유명한 한국교회가 코로나 시기엔 매일 말씀 묵상으로 그 명맥을 이어온 것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