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한 사람에게 슬픈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가 전혀 눈물을 흘리지 않더군요. 옆에 있던 동료가 ‘나는 당신의 슬픈 마음을 다 알고 있으니 내게는 감추지 말고 다 드러내라.내 앞에서는 얼마든지 눈물을 흘려도 된다’고 합니다. 그러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할 일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특이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2020년과 비교해 개신교와 가톨릭, 불교 등 종교계 전반의 신뢰도가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이에 반해 월등하게 높아진 수치가 있었습니다. 신뢰하는 종교를 묻는 말에 ‘모름’과 ‘무응답’이라고 답한 결과가 42.6%로 2020년(20.7%)에 비해 2배 넘게 높아진 것입니다.
이 같은 결과는 종교가 세상의 아픔과 슬픔에 대한 수용성의 품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교회가 아프고 슬픈 사람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는 못해도 그들이 안길 만한 품을 제공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조주희 목사(성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