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한국교회 다음세대의 이탈은 가속화됐다. 팬데믹 이전부터 저출산 기조로 인해 지속됐던 우려가 심화됐고 다음세대의 부모세대로 이탈이 확산됐다.
타격이 가장 심한 곳은 교회학교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경우 지난해 4월 서울서북노회 소속 215개 교회를 조사했더니 교회학교 운영률은 57%에 그쳤다. 나머지 43%는 어린이 청소년이 없거나 있어도 너무 적어서 교회학교 운영을 못한다고 답했다.
부모 혹은 예비부모인 3040세대의 교회 이탈 문제도 심각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말 3040세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앙의식 및 생활실태 조사에서 팬데믹 이전부터 가나안 성도였던 응답자를 제외했을 때 현장예배 이탈률은 43%였다. 정기적으로 현장예배에 참석하던 성도 10명 중 4명은 온라인예배로 전환했거나 또 다른 가나안 성도가 됐다는 뜻이다.
3040세대가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신앙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는 악영향도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 3040세대의 스트레스 요인 1, 2위는 ‘직장 및 사회생활’ ‘가사 노동 및 육아’였다. 이 스트레스가 신앙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질문엔 ‘신앙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약화된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래픽 참조).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SBNR, Spiritual But Not Religious)’이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평소 신앙이 확고하지 않은 3040세대 기독교인의 경우 생활 여건 때문에 ‘탈(脫)신앙’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물론 그림자만 있는 건 아니다. 위기 속에서 내실을 다진 교회도 분명 있다. 코로나 시국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교회학교의 특징은 ‘소그룹 모임에 힘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권진하 교회교육훈련개발원 대표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정교회나 목장, 사랑방 등 소그룹 활동을 강조한 교회는 지난 3년간 교회학교 규모가 줄지 않았다. 역으로 성장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3년이 교회학교에 미친 긍정적 측면도 분명 있다”며 “교회학교 모임은 주일에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고 비대면 모임에 대한 교회의 거부감도 꽤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엔데믹을 맞아 교회가 소그룹 모임 훈련과 비대면 심방, 가정 내 신앙교육 등 다음세대 눈높이에 맞춘 참신한 시도를 이어간다면 교회학교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성문교회(고동훈 목사)는 직장 생활과 육아로 인해 신앙 위기를 겪고 있는 성도들이 스스로 회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부부의 울타리부터 챙겼다. 결혼 7년차 이하의 부부는 ‘홀리 웨이브’, 결혼 8년차 이상의 취학연령 자녀를 둔 부부를 ‘홀리 브리지’란 이름의 공동체로 묶고 독립된 모임을 가졌다.
모임의 핵심은 ‘분리와 재결합’이었다. 신앙을 흔들리게 했던 요인인 일터와 육아로부터 분리하는 게 첫 단추였다.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부부가 모여 전문 강사로부터 ‘부부 관계 바로 세우기’ ‘감정 이해하기’ 등 강의를 듣고 식사 교제도 나누면서 가정의 주춧돌을 점검하게 했다. 이때 자녀 전담 프로그램을 가동해 부부가 잠시 자녀와 떨어져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고동훈 목사는 “일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안은 채 자녀를 양육하는 동안 마주 보고 밥 한 끼 먹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부부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부부들이 신앙 울타리를 바로 세울 때 가정이 ‘작은 교회’로 세워지고 교회 공동체에 든든한 허리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최기영 양민경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