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청년, 젠더 갈등, 고용 절벽, 멀어지는 결혼과 출산. MZ세대를 둘러싸고 있는 고민과 사회 문제들은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수년째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흐르는 시간 가운데 청년들의 정신적 움츠러듦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이 시대의 신음하는 청년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기 위해 2020년부터 ‘갓플렉스(God Flex)’를 개최해왔다.
올해는 시즌4를 맞아 처음으로 수도권이 아닌 글로벌 해양도시 부산에서 진행한다. 국민일보는 오는 24일 오후 7시 포도원교회(김문훈 목사)에서 열리는 연합집회를 위해 지난 2일 부산 북구 포도원교회에서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 목회자, 대학 총장을 만나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위축되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진단, 위기의 때를 지혜롭게 헤쳐나갈 마음가짐과 도전 의식, 부산 복음화의 최전방에 설 청년 크리스천을 향한 기대감이 가감 없이 표출됐다.
<참석자>
김문훈 포도원 교회 목사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
이병수 고신대 총장
사회=이명희 국민일보 종교국장
김문훈 포도원 교회 목사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
이병수 고신대 총장
사회=이명희 국민일보 종교국장
-‘N포세대’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위축의 시대’에 놓여있다. 대한민국 청년들에 대한 시각이 궁금하다.
△장순흥 총장=청년들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N포세대’라는 그림자에 묻혀 있다. 가장 좋은 시대를 살면서도 가장 여유가 없는 세대인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복음과 생명의 중요성과 존귀함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김문훈 목사=급성장해 온 사회 속에서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세대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아이가 넘어졌을 때 바닥을 딛고 일어나면서 배움을 얻는 것처럼 절망 중에 소망을 발견하게 된다. 고난 주간이 지나고 부활 주일이 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병수 총장=MZ세대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들의 잠재력과 재능이 뛰어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로는 이기적 요소도 엿보이지만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에 헌신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우리 사회 청년들을 바라볼 때 환경적 어려움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청년의 때에 경험한 위기, 그 시기를 헤쳐온 경험을 소개하자면.
△장 총장=대학 1학년 때 ‘10월 유신’이 있었고 그 이후엔 민주화 투쟁이 벌어졌다. 학교 문은 닫혔고 동료들은 감옥에 갔다. 신앙이 흔들렸다. 그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이었다. 우리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투성이지만 영원한 세계로 보면 이 또한 지나가는 짧은 시간이다.
△김 목사=청년 시절을 굉장히 어렵게 지냈다. 특히 고신대 3학년 시절엔 뇌종양으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뼈가 녹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까지 몸 상태가 나빠졌었다. 아파트 한 채를 수술비로 소진했다. ‘망할 놈의 집구석, 저주받은 세상’이라고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우울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생사를 오가는 과정에서 오롯이 복음적인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었다. 그때 디모데후서 1장 7절 말씀이 가슴에 꽂혔다.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이며, 하나님의 본심은 저주와 심판이 아니라 구원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 총장=헨리 나우엔의 저서 중 ‘상처 입은 치유자’가 있다. 사도 바울은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타인의 고난을 이해하는 과정이라 여겼다. 청년 시절 수많은 좌절과 아픔,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이 같은 좌절을 겪었기에 도리어 좌절하고 힘겨워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최근 미국 켄터키주 애즈버리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영적 각성 운동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 청년 세대에도 이 같은 흐름이 가능할까.
△장 총장=카이스트와 한동대 총장 시절 선교대회나 세계선교사대회를 치르면서 교수진들이 영적으로 뜨거워지고 글로벌 사명을 가슴에 품게 된 학생들을 많이 봤다. 지금도 학생들이 전 세계 선교사님들과 소통하며 그 사명을 구현해나가고 있다. 두 대학의 경험을 통해 어느 대학이든 주님의 사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걸 알았다. 갓플렉스를 통해서 애즈버리대의 부흥 현장이 부산에 재현되길 소망한다.
-부산은 지역 교회들이 연합해 다음세대를 위한 비전을 제시해온 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MZ세대들이 기독교 영성을 품고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교회들은 어떻게 힘을 모아야 할까.
△김 목사=대도시 중 성시화, 연합 사역이 잘되는 곳이 부산이다. 동서대 설립자이신 고 장성만 목사, 고 정필도(수영로교회) 목사 등 지역 내 기독교계 선배들이 매우 헌신적이었다. 그 헌신을 바탕으로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 등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들이 힘을 모아 해운대 백사장에서 20여만명이 모인 어웨이크닝 집회를 여는 역사적인 현장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엔 갓플렉스를 위해 부산을 대표하는 기독 대학인 고신대 경성대(총장 이종근) 동서대(총장 장제국) 부산외대가 협력하기로 해 더 기대가 크다.
-부산 지역은 불교 신자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힌다. 청년들을 어떻게 믿음의 후손으로 키워가야 할까.
△이 총장=존 스토트 목사의 저서 ‘균형 잡힌 기독교’를 보면 감성과 이성, 복음과 문화를 균형 있게 갖춘 교회와 목회자의 필요성이 강조돼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리디머교회가 언론 방송 예술 문화계 등에서 많은 이들을 끌어당기는 이유는 복음의 에센스를 갖고 있으면서 도시와 시대의 문화를 잘 이해하며 균형 있게 사역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사역에 적극적으로 접목해본다면 좋은 전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 목사=부산이 불교 비중이 높은 지역이지만 그만큼 청년 한 명이 바른 신앙을 갖게 됐을 때 다른 도시에 비해 파급력이 크다고 본다. 야성이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부산 지역 청년이 변화되면 활동력 또한 더 강할 것이다. 갓플렉스를 통해 이 시대의 청년들을 이끄는 리더가 배출되기를 기대해본다.
-갓플렉스를 통해 청년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메시지는.
△김 목사=하나님은 시대마다 한 사람을 들어 쓰신다. 우물 밖의 개구리가 돼라는 얘길 해주고 싶다. 또 웅크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나서보길 권면하고 싶다. 용기 있게 길로 나서면 하나님이 돕는 자를 붙여주시고 형통의 길을 열어주신다. 기성세대를 놀라게 할 ‘새벽이슬’ 같은 청년이 돼라고 용기를 불어넣고 싶다.
△장 총장=우주엔 은하가 1000억개 있고 100경이 넘는 별이 있다. 그중 인류가 가본 곳은 달과 화성 정도다. 우리가 아는 지식의 세계는 턱없이 작다. 모르는 게 훨씬 많다. 청년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것은 독생자를 보내시고 우리에게 구원과 믿음을 주신 하나님이 ‘무한한 지혜’를 주시는 분이란 사실이다. 이 시대의 청년들을 응원해 온 갓플렉스 집회가 처음으로 수도권 외 지역에서 열리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앞으로 더 많은 청년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길 기대한다.
△이 총장=청년들이 ‘나만 고통받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복음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라고 권면하고 싶다. 취업 정글에서 생존하는데 급급하다 보니 기후 위기 문제나 폭넓은 분야에 대한 담론은 실종돼 있다. 갓플렉스가 MZ세대에게 지구적 담론을 고민해볼 수 있는 주춧돌이자 하나님의 플랫폼이 되어주길 바란다.
부산=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