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비평서 ‘예능, 유혹의 기술’ 펴낸 TV 칼럼니스트 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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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는 케이블 채널 tvN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신혼일기’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전인미답의 성공가도를 달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발간된 책 ‘예능, 유혹의 기술’은 나 PD의 성공 전략을 ‘뺄셈’이라는 단어로 규정한다.
 
‘예능에서 ‘댄스 신고식’을 요구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한때 극에 달했던 자막의 사용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인위적인 요소를 걷어내는 것. 그 흐름의 맨 앞자리에 나영석이 있다.’
 
책에는 나 PD 외에도 2000년대 안방극장을 호령하는 유명 방송인의 강점을 전하면서 시시각각 변화되는 방송가 트렌드를 심도 있게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스타급 MC나 PD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작을 만들어 유행을 선도할 수 있었는지 전하는 가독성 높은 방송 비평서다.
 
저자는 수많은 매체에서 단단한 필력을 과시하며 이름을 알린 TV 칼럼니스트 이승한(33·사진)이다. ‘예능, 유혹의 기술’은 그가 펴낸 첫 책.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이승한은 “첫 책을 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얼떨떨하면서도 부끄럽고, 조금은 두근거리고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원래 기획한 건 인터뷰집이었어요. 하지만 어떤 식의 인터뷰를 진행할지 콘셉트가 명확하지 않았고, 섭외도 잘 안 돼 포기하고 말았죠. ‘내 기획은 왜 실패했을까’ 자문하게 되더군요. 그러다가 내 실패를 되돌아보는 차원에서 방송 콘텐츠의 기획 과정을 살펴본 책을 쓰게 된 거죠.”
 
저자 스스로 ‘가장 애착이 가는 대목’으로 소개한 챕터는 방송인 유재석을 다룬 부분이다. 그는 유재석의 대표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찌질하고 못난 사람들이 모여서 좌충우돌하는 쇼’라는 의미에서 ‘유재석식 오합지졸물’로 명명한다. 그러면서 유재석식 오합지졸물의 성장 스토리를 재조명한다. ‘지존을 찾아서’→‘인정사정 볼 것 없다’→‘천하제일 외인구단’→‘유재석과 감개무량’→‘무한도전’으로 이어지는 유재석의 도전사(史)를 통해 그가 ‘더 낫게 실패하는 것’을 반복해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방송가를 집중 조명한 저작이지만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 같은 성격도 띠고 있다. 무엇을 시도해야 하는지, 어떻게 실패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이어서다. 이승한은 “독자들이 실패를 통해 성공의 힌트를 얻는 방법을 얻었다고 말해준다면 기쁠 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실 문학 영화 음악 등 여타 문화 분야에 비해 TV 비평은 역사도 짧고 평단의 ‘두께’도 얇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승한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 ‘TV를 진지한 비평이나 분석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이들을 향해 이것이 몹시 섬세하고 중요한 산업임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적기도 했다. ‘예능, 유혹의 기술’은 그의 이러한 생각이 투영된 첫 작업물인 셈이다.
 
“TV는 누구나 편하게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는 콘텐츠예요. 제 글을 통해 시청자들이 때론 TV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생각해보고, 너무 쉽게 단정 지은 부분도 되새겨볼 수 있길 바랍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