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민'에서 두 얼굴의 정치인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 그는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았다.
상황이 주는 유머를 살려 현실을 경쾌하게 비꼬았다"고 설명했다. 쇼박스 제공
“우리는 누구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늘 상처입고 피해 받는 역사를 반복해왔지만, 그런 우리가 그들을 선출하는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
배우 최민식(55)은 이런 사명감으로 영화 ‘특별시민’을 선택했다.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했다. ‘하찮은 유권자로 남기보다 날카로운 심판자가 되자.’ 장미대선을 앞두고 오는 26일 개봉하는 이 영화에 담긴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묵직하다.
극 중 최민식이 연기한 변종구는 3선 서울시장 타이틀을 달고 차기 대선에 도전하려는 노련한 정치인이다.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치판 뒷이야기는 역한 비린내를 풍긴다. 시민을 위한 공약은 뒷전이고 이슈 만들기에만 급급하다. 유세장은 한바탕 쇼에 불과하고, 상대를 향한 네거티브가 판을 친다.
현실과 지독히도 닮은 영화 속 모습에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숨통을 터주는 건 최민식의 명불허전 연기. 눈빛부터 미세한 표정 변화에까지 30년 관록이 배어있다. “(연기)욕심을 내다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아요. 더 여유롭게 해야 되는데….” 최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작품에 유달리 애착이 간다”는 최민식은 시나리오 초기 단계부터 직접 참여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그는 “해외에선 정치 소재의 우수한 영화들이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없었다. ‘우리나라 정치판에도 차고 넘치는 소재들이 있는데’ 싶던 차에 이 영화를 만나 반가웠다”고 말했다.
변종구 캠프의 곽도원 심은경, 상대후보 양진주 캠프의 라미란 류혜영 이기홍, 정치부 기자 역의 문소리 등 든든한 후배들과 함께했다. 최민식은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을 찾아 팀원들을 북돋았다.
“집에 있으면 뭐해요. 현장에 가면 밥도 주고 간식도 주니 좋죠(웃음).” 머쓱한 듯 농담으로 입을 뗀 최민식은 “연기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생각해야 한다. 1차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게 앙상블이다. 서로 붙는 장면이 없는 배우들과도 연관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정치인의 삶을 간접 경험해본 최민식은 “나 같은 놈은 꿈도 못 꾸겠더라”며 손을 내저었다. “배우도 대중과 교감하고 그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지만, 우린 공적인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정치인은 다르죠. 본인의 입신양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의 삶을 위해 일해야 하니까.”
“그렇기에 투표를 잘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그는 “우리 영화가 투표 장려영화로 비춰지진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태생적인 건강성을 갖추되, 이를 토대로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잖아요. 자연스러운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었죠.”
그 역시 배우로서 뜨거운 욕망을 품고 있다고 털어놨다.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끊임없이 도전하겠다는 의지. “계속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해보고 싶어요. 깨질 때 깨지더라도 자꾸 변화를 주고 싶죠. 정체되는 게 제일 무서워요.”
황금연휴 흥행을 기대하느냐는 말에 최민식은 “관객이 안 들길 바라는 배우가 어디 있겠나. 잘 되면 좋겠지만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고 초연해했다. 흥행 공약 같은 것도 없단다. “정치인들이나 우리나 공약 잘못했다가는 큰일 나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