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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의 중심 '콘텐츠와 플랫폼'

입력 2017-08-11 07:42:50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깊어질수록 인공지능의 기능이 확장되고 이는 데이터가 AI의 영양분이 된다.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한양대학교 경상대학 박광호 학장이 앞으로의 산업은 그 틀이 많이 바뀌게 될 것이라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조와 판매의 벽 극복해야, 영업이익의 극대화가 필요
마켓플레이스 만들어 두면 새로운 수익구조 만들어져
 
아마존, 페이스 북, 구글 등 사람들이 즐기면 새 가치창출
MP3 억울한 사연에서 배워야, 제품이 아닌 경험 판매시대

 
“앞으로는 영업이익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콘텐츠 사업이고 플랫폼 사업입니다. ”한양대학교 경상대학 박광호 학장의 지적이다. 박광호 학장은 지난 7월 3일부터 28일까지 글로벌CEO-5기 과정 중 마지막 주‘ 4차산업혁명시대 기업가 정신’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 같이 지적했다. 박광호 학장은 한국 기업들은 영업 이익률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사업가들도 이런 관점에서 주류시장에 발맞춰나갈 수 있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주는 제조업이 돈은 판매자가 
한국의 제조업 수준은 세계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생산기술이 정밀하고 생산량 증가를 위한 시스템도 완벽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산된 물건을 판매하면서 돈은 누가 더 많이 벌까? 삼성도, LG도, 롯데도 아니다. 아마존이나 월마트, 베스트 바이 같은 유통업체들이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과 관리비용 등 잡다한 비용들을 제외하고 실제로 남은 수익은 불과 15% 미만이다. 그것도 일부 화장품 업체들의 경우를 제외하면 10%가 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마켓을 만들어 놓고 제조업체끼리 서로 경쟁시켜 제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챙긴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률이 실제로 더 높다는 이야기다. 박광호 학장은 “성장하기 직전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정도 되는 사업체들을 유니콘(unicorn) 기업이라고 한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차세대 대기업으로 성장가능성이 있는 회사로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미국이다. 전 세계 55%정도의 유니콘 기업들이 미국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박 학장은 “이들 기업들 대부분 아이티 기업들, 다시 말해 플랫폼 사업체들이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경제가 이뤄지게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첨단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에 있는 만큼 한인 기업가들도 그 생각과 비전을 기존의 생각에서 조금 바꿔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광호 교수의 수업은 매우 독특하다. OC한인상공회의소와 함께 주관한 G-CEO 5기 과정에서 박 교수는 자신만의 핸드백을 만들어 보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작업 중에 어떤 생각과 관점이 필요한지 스스로 깨닫게 유도했다. 5기 참석자들이 핸드백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MP3를 통해 배워라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음원파일인 MP3. 이 MP3의 개념이 처음 도입되면서 음반업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기존의 테이프나 LP음반, CD로 제작된 음반들이 이제는 파일형태로 만들어지고 음악을 재생시키는 기기 역시 소형화됐다. 이 MP3의 개념을 처음 창안한 사람이 한국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산업화 시키고 엄청난 수익을 만들어 낸 것인 미국기업 애플사다. 음악제작사들이 애플사의 제품을 통해 음원을 보급하고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박광호 학장은 “황정하 씨에 의해 MP3의 개념이 만들어 질 때 한국은 IMF시대였다. 당시 MP3에 대한 전 세계 특허권이 미국으로 넘어가고 애플사는 이를 이용해 음원산업의 정점을 찍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음원기기 산업에서 정점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회사들과 다르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 회사들은 음원 재생기기인 MP3 플레이어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애플은 기기인 아이팟을 만들고 난 후 음원제작자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올릴 수 있는 아이튠스를 개발했다. 아이튠스를 통해 음원을 발표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존의 시장보다 더 높은 수익이 창출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업체들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음원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게 접근한 반면 애플은 음원을 만드는 사람들의 수익을 생각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빠르고 좋은 음질의 음원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박 학장은 “새로운 개념을 실현화시키고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수익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산업을 적용한 것이 구글이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고와 에코 스피커 
해마다 자체 판매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아마존에서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은 오프라인 시장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들어서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온라인에서의 마켓플레이스를 오프라인에 구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화 시킨 것이 바로 '아마존 고’다. 일반 상점처럼 물건이 진열되어 있고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을 고를 수 있지만 돈을 받는 계산대가 없다. 소비자는 그냥 물건을 담아서 들고 나오면 된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간다. 박광호 학장은 “소비자들이 마켓에 들어갈 때 어플을 켜고 들어가면 물건 값이 자동적으로 계산 되어지도록 했다”며 “소비자들이 어떤 물건을 구입하려고 했고, 물건 구입을 위해 얼마나 갈등했는지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하나는 에코 스피커다. 이 북(e-book)의 혁신을 일으킨 킨들처럼 아마존에서 절반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제품이다. 음성인식기능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말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일처리를 해 준다. 아마존은 이런 제품을 경우에 따라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마존에서 온라인 시장을 두고 다시 오프라인 소매 시장으로 뛰어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가끔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에코스피커를 판매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광호 학장은 그 이유가 데이터 수집에 있다고 봤다. 박 학장은 “소비자가 아마존 고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하는 행동, 즉 어떤 사람이 어떤 물건을 어떤 가격대에서 구입하려고 고민했는지 등도 모두 고스란히 기록이 남게 된다. 그리고 에코와의 대화 때 하는 모든 의사들 역시 기록된다. 그리고 이런 기록들이 데이터가 돼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사전에 예측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박광호 학장은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일반화되면서 경쟁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영양분이 되는 데이터 들이다”며 “앞으로는 이런 데이터를 얼마나 가지고 있고 이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복하면 수익구조가 생겨 
박광호 학장은 “삼성에서 많은 기술력과 자본을 투자해서 삼성 갤럭시 폰을 만들어 두면 그 안에 탑재하는 것은 구글 안드로이드 시스템이다. 삼성이 갤럭시 폰을 만들어서 팔 때 마다 구글은 수입이 이뤄진다. 전세계 모바일 시장의 80% 이상을 안드로이드가 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삼성의 성장은 구글 성장의 바탕이 되고만 셈이다. 구글이 펴고 있는 유투브나 구글 맵 등도 모두 이런 개념을 기반으로 조성됐다. 사람들이 모이고 그 안에서 재미있게 활동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익이 만들어지는 구조다. 박 학장은 “사람들이 행복하면 된다. 무엇인가 즐길 수 있는 것을 제공하고 즐거움을 누리게 하도록 하면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고 수익구조가 만들어진다”며 “이런 점에서 한국의 기업들은 신성 장동력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사업은 지금의 경제주최에서 벗어난 그룹들을 대상으로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 그들이 20대 그룹이고, 여성 그룹이고, 네티즌 들이다. 지금의 주 소비층에서 벗어나 있지만 이들을 중심한 플랫폼 사업은 장기적으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박광호 학장은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 한 잔을 파는 것이 아니다. 스타벅스 만의 고급스러움과 편안함, 안락함, 다시 말해 스타벅스만의 문화를 경험하게 그 체험을 파는 것이다. 앞으로는 단순히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경험을 팔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인 업체들이 이런 점들을 생각하고 미래를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설명했다.
 

신정호 기자 jhshin@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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