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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조정 선수의 '손바닥'… 북극해 횡단의 '흔적'

입력 2017-09-07 06:15:54
트위터 @AlexGregoryGB

"젖은 장갑에 손을 너무 오래 넣고 있었다. 물집은 괜찮지만 습기와 수분이 피부 속까지 파고든 것 같다." 

2016년 리우올림픽 조정 남자 포어 금메달을 수상한 알렉스 그레고리(33)는 올림픽 공백 기간을 맞아 동료들과 노르웨이에서 아이슬란드까지 횡단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환경 데이터와 자선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정으로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노르웨이 트롬쇠에서 출발해 스발바르 제도 롱위에아르뷔엔 코스까지, 그리고 다시 스발바르 제도를 출발해 아이슬란드 쇠이다우르크로퀴르까지 가는 대장정이었다. 이들은 프로젝트로 기금을 모아 히말라야에 학교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약 2주 전 이들의 횡단이 시작됐다. 첫 9일 동안 965㎞를 주파하며 세계 기록 8개를 갱신했다. 하지만 그 뒤로 보트가 5일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 태양열 배터리가 고갈됐다. 이들은 직접 노를 젓기 시작했다. 4명의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저었다. 1인당 약 1000㎞를 저은 것으로 추정된다.
 

힘이 고갈되자 그레고리와 동료들은 그린랜드와 노르웨이 사이에 있는 얀 마이엔이라는 섬에 멈춰 태양열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출발했다. 그레고리는 "이렇게 습하고 추운 건 처음이다. 습기와 냉기가 내 뼛속까지 스며든 것 같다. 달아날 곳이 없다. 습도가 무려 99퍼센트다"라고 전했다.
 

3일에는 "보트에서 손을 뗀 지 2주 정도 됐다"며 "손에서 수분이 날아가고 나니 호전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오랜 시간 추위와 물에 젖어 보냈던 적은 없었다"면서 "마치 뼈가 추위에 으스러지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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