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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맥도날드에서 반복된 ‘그들만의 사과’…‘문제없다’ 발뺌→‘심려끼쳐 송구’

입력 2017-09-08 01:41:24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논란에 이어 집단 장염 사태까지 불거지자 한국맥도날드가 공식 사과문을 내놨다. 하지만 햄버거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지 두달이 지나서야 공식 사과를 한 것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기업들이 자사제품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면 ‘문제없다’고 발뺌하다가, 논란이 확산되거나 정부·검찰의 조사가 시작되면 그제서야 사과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7일 조주연 대표이사 명의로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조 대표는 “최근 몇 달 동안 매장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정부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여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고객에 대해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성심껏 고객과 가족들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맥도날드는 이와 함께 매장에 대한 제3의 외부기관 검사, 매장 직원을 위한 ‘식품안전 핫라인’ 개설, 모든 직원의 식품안전교육 강화, 고객 초청 주방 공개행사 등의 식품안전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하지만 맥도날드의 ‘뒤늦은 사과’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초 덜 익힌 패티가 햄버거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처음 제기됐을 때 맥도날드는 “매장에서는 일정한 시간과 온도를 정해 기계로 조리하기 때문에 덜 익힌 패티가 나올 수 없다”고 항변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은 수없이 다양하다”고도 했다. 그러다 최근 전주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집단 장염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보건당국이 조사에 착수하자 사과문과 함께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소비자의 ‘햄버거공포증’엔 아랑곳하지 않다가 자신들이 필요한 시점에 일방적인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기업들의 이런 행태는 생리대 안전성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반복됐다. 가장 먼저 ‘릴리안’ 제품 실명이 공개됐을 때 제조사인 깨끗한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판매허가를 받은 안전한 제품”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러다 독성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논란이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자 깨끗한나라 측은 사과문과 함께 환불조치를 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환불 과정에서도 구매가격의 절반에 못미치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생리대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는 아직 명확한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깨끗한나라의 ‘릴리안’이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유한킴벌리를 비롯한 다른 제조사 제품 역시 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유한킴벌리는 “자사 제품은 엄격한 안전기준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지난 4일 발표한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김만구 교수팀의 시험 결과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와 엘지유니참 등 다른 제조사 제품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킴벌리는 또 자사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반박에 나섰다. 유한킴벌리는 “식약처에서 이미 여성환경연대 시험결과를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며 “해당 발표를 인용한다 하더라도 발암물질의 경우 타사의 팬티라이너 제품에서 가장 많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공식 조사를 통해 보다 명확한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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