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종합

괌 못미치게 쏘더니 이번엔 지나치게…北 ‘포위사격’ 변죽

입력 2017-09-16 01:22:31

북한이 15일 오전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지도록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3700여㎞였다. 최대고도는 약 770여㎞. 북한에서 괌까지 거리인 3500㎞를 200㎞ 초과해 비행했다.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이 공언했던 ‘괌 포위사격’의 예상 비행거리 3356.7㎞보다는 약 343㎞ 더 날아갔다. 

북한은 지난달 29일에도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지는 화성-12형을 발사했다. 당시 비행거리는 2700여㎞였다. 괌까지의 거리보다 800㎞, ‘포위사격 예상 비행거리’보다 656㎞ 못 미치도록 고도를 설정했다. 방향은 괌을 겨냥하지 않고 다른 각도로 발사했지만, 비행거리만 보면 이 미사일은 ‘괌에 좀 못 미치게' 발사된 것이었다. 반면, 15일 쏜 것은 ‘괌을 지나쳐 더 날아가게' 고도를 조절했다. 

이 같은 도발은 이미 공언한 '괌 포위사격'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미국에 보여주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 北과 南 '비행거리' 초점 맞춘 도발과 대응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6시 57분경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불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최대고도는 약 770여㎞, 비행거리는 약 3700여㎞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고도와 비행거리 등으로 미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달 9일 '괌 포위사격'의 구체적 계획을 공개했다.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이 직접 나서서 “우리가 발사하는 ‘화성-12형’ 4발은 일본의 시마네(島根)현, 히로시마(廣島)현, 고치(高知)현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7km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도 주변 30∼40㎞ 수역에 탄착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우리 군의 현무 미사일 대응도 ‘비행거리’에 초점을 맞췄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같은 시각에 동해상으로 현무-2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참은 “도발 원점인 평양 순안비행장까지의 거리(250㎞)를 고려해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은 최근 북한 이동식발사대(TEL)의 이동 등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면밀히 감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쏜 미사일이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해 홋카이도 에리모미사키(襟裳岬) 동쪽 2000㎞ 태평양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최대 고도와 비행거리 등으로 미뤄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9일 화성-12형으로 미군기지가 있는 괌에 대한 '포위사격'을 검토 중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 '재진입 기술' 테스트, 유엔 향한 무력시위… 다른 의도는 

북한이 17일 만에 또다시 정상 각도로 IRBM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위해 대기권 재진입 등 핵심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4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9월 9일)을 전후로 ICBM급 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반발한 무력시위의 성격도 담겨 있다. 미사일 도발은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가 채택된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1일(미국시간. 한국시간 12일 오전) 대북 원유 공급 제한을 포함한 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13일 외무성 보도를 통해 "미국의 주도 밑에 또다시 감행된 불법 무도한 제재 결의 채택 놀음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선택한 길이 천만번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끝을 볼 때까지 이 길을 변함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가다듬게 하는 계기로 되었다"며 핵·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의지를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의 도발은 이번이 11번째다. 이 가운데 미사일 발사는 10차례, 핵실험은 1차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도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