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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 경찰 비상 배치ⵈ 순찰도 늘려 바이든, 증오범죄법 의회 승인 촉구

입력 2021-03-20 08:43:31
인종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애틀랜타 총격 사건 다음날인 17일 워싱턴DC에서 열렸다. <사진=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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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트랜타에서 인종 범죄로 알려진 참사가 벌어진 뒤 LA와 샌프란시스코 등 전국의 아시안 인구 밀집 지역에는 경찰이 순찰을 강화하고 일부 지역은 경찰 인력을 비상 배치한 상태다.
 
LA의 경우 한인타운 일대에서 경찰 순찰차 패트롤이 증가했으며, 완전 무장한 대응팀이 일반 차량으로 위장한 승용차 안에서 대기 중인 모습이 8가 식당몰 주차장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종범죄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직접 면담한 뒤 연설에 나서 증오와 폭력에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국민에게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에모리대에서 한 연설에서 "아시아계 지도자들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고 (나온 이야기들이) 듣기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총격범의)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이걸 안다. 너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걱정하면서 거리를 걸어간다. 그들은 공격당하고 비난당하고 희생양이 되고 괴롭힘을 당했다. 언어적·물리적 공격을 당하고 살해당했다"면서 아시아계 여성들은 남성보다 갑절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증오와 폭력은 보이는 곳에 숨어있고 침묵과 자주 만난다. 이는 우리 역사 내내 사실이었다"면서 "하지만 이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서 "미국은 증오의 피난처가 될 수 없다. 중단돼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증오와 인종주의에 대해 미국을 오랫동안 따라다니고 괴롭힌 '추악한 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모두에 "원래 자동차 유세를 열고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려고 했지만 최근 사건들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세를 취소했다. 오늘은 다른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급히 일정을 변경하게 된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전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비공개로 만나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실태를 청취했다.

한편 인종범죄를 엄단하는 증오범죄법의 연방의회 통과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의 사망자를 낸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관련해 의회의 증오범죄법 처리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자신과 부인이 이번 사건에 대한 국가적 슬픔과 분노를 공유한다며 "의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증오범죄법’을 신속히 처리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증오범죄법이 “전염병 대유행 기간 증오범죄의 증가에 대한 연방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진하고, 지방 정부의 증오범죄 보고 개선을 지원하며,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의 범죄 정보 접근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 지난주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를 오랫동안 괴롭힌, 성에 기초한 폭력과 아시아계 폭력이라는 현재 진행 중인 위기를 가장 강도 높은 어조로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취임 첫 주에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AAPI)를 향한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 편협함을 규탄하고 퇴치하려는 조처에 서명했다고 소개한 뒤 "이제는 의회가 이런 조처를 성문화하고 확대할 때"라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백인 우월주의와 미국 내 테러 행위 세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지난 11일 연설에서는 전염병 대유행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을 상대로 급증한 악랄한 증오범죄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애틀랜타 방문 일정에 아시아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추가해 총격 사태와 관련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한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총격으로 숨진 한인 4명의 신원이 이날 공개됐다.
 
애틀랜타 경찰은 시내 스파에서 일하다 총격범 로버트 앨런 롱에 의해 살해된 여성 4명의 이름과 나이, 성별, 사인(死因) 등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희생자는 74세의 박 모씨, 그랜트를 성으로 하는 51세 여성, 69세의 김 모씨, 63세 유 모씨다.
 
유씨는 아로마세러피스파에서 일하다 희생됐으며, 나머지 3명은 맞은편 골드스파에서 변을 당했다.
 
경찰은 사건 이튿날인 지난 17일 이들 4명을 부검했다. 경찰은 박씨와 그랜트씨, 유씨가 머리 총상으로 숨졌으며, 김씨는 가슴에 총을 맞고 숨졌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총격범은 이들 두 업소를 비롯해 세 곳의 스파와 마사지숍에서 총기를 난사해 한인 4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을 살해했다. 이중 6명이 아시안으로 드러나 인종 범죄에 대한 규탄 여론이 치솟고 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용의자의 '성 중독' 진술을 그대로 공개해 인종범죄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한다는 비판이 일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유정원 기자 news@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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