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믹 기간 중에 격리돼 있다가 건강하던 분이 시름시름 앓고 돌아가신 분들이 엄청 많았어요. 사람은 사람들끼리 소통해야죠. 혼자 떨어져 있으면 없던 병도 생깁니다. 신체 뿐 아니라 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년에 대여섯 번씩 앰뷸러스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 가시던 분이 양로보건센터에 나온 이후로 한 번도 안가게 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건 본인의 간증이에요.”
퍼시픽 양로보건센터 김재왕 원장은 시니어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시대에 노령층을 영육 간에 케어하는 게 남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령화 시대에 양로보건센터 운영은 비즈니스이자 동시에 사역이 될 수 밖에 없다.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기분 전환하시고, 또 센터에 나오시면 매일 간호사가 건강을 체크합니다. 드시는 약도 증상에따라 주치의에게 연락해서 복용량도 조절해 드리고요. 응급실 갈 일이 아무래도 많이 줄어들지요.”
김 원장은 아직도 양로보건센터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의 노인정하고 비슷한 거 아니냐, 정부 돈 타먹고 남용하는 거 아니냐”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바보가 아니거든요. 정부가 정확한 의학적,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양로보건센터를 만든 것입니다. 양로보건센터의 목적은 어르신들이 양로병원 등에 가지 않거나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겁니다. 보다 건강하고 보람있게 노후를 보내는 게 오히려 정부 잎장에서도 사회비용과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죠. 꼭 필요한 프로그램입니다.”
의료 증상이 있는 메디칼 보험 소지자는 양로보건센터에서 무료로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사, 간호사, 영양사, 소셜워켜, 영양사 등이 점검한뒤 일주일에 며칠씩 양로보건센터에 나와도 되는지 결정한다.
“아침에는 오시는 대로 죽과 과일을 드리고요 간식과 점심을 제공합니다. 간호사가 당, 혈압, 몸무게 등을 재고 밤 사이에 건강상태를 점검하지요. 만약 이상이 있다 싶으면 의사와 연결해 향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의논해 적절한 조치를 해 드립니다.
간단한 게임을 매일 다르게 하면서 평소 안 쓰시는 근육과 신경을 골고루 풀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있어요. 게임을 하다보면 기뻐하고 신이 나시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밖에도 퍼즐 처럼 치매 예방에 좋은 테이블 위에서 하는 활동을 비롯해 라인댄스, 노래교실, 노래방, 합창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매일 빙고 게임을 한 뒤에는 다양한 생필품을 상품으로 나눠준다.
“한달에 한번 생일잔치도 열어 드리고 추석에는 떡도 돌립니다. 일년 내내 꼬박꼬박 명절을 챙기다 보니까 어르신들이 타향에서도 고향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아 하십니다.“
김 원장이 양로보건센터를 운영한지 15년이 흘렀다. 퍼시픽 양로보건센터는 LA 한인타운과 밸리 두 곳에 자리잡고 있다. 시니어들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장소를 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
퍼시픽 양로보건센터는 월요일마다 예배를 드린다. 교회에 가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싶어도 연로하거나 아파서 교회를 출석 못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다. 예전에는 제자훈련도 하고 수료증서도 수여하며 신앙생활을 적극 지원했다..
“왜 교회 다니냐, 구원의 확신이라든지, 이런 의문이 있으신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제자훈련은 팬더믹 이후에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르신들의 신앙생활을 도울 수 있도록 다양한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
양로보건세터에 나오는 시니어 가운데 가끔 짜증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 치매 증상이 있거나 몸이 아프고 불편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터져 나오는 감정이다. 김 원장은 절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운영의 원칙이라면, 최대한 어르신들이 존중을 받는다고 느끼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연세가 들면 본인의 역할에 대한 상실감 같은 게 있을 수 있고, 이민생활이 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친구나 지인이 돌아가시면 슬픔이나 우울감 등으로 힘들어 하실 때도 있고요. 게다가 언어 문제가 있으니까 사회생활에도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죠. 그러니까 저희가 더 잘 해 드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퍼시픽 양로보건센터는 출석하는 노인들을 직접 방문하는 일종의 심방 같은 시간을 갖고 있다.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비즈니스 기능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실천하려는 몸부림이다.
“가능하면 많이 어르신들을 찾아 뵈려고 해요. 병원도 가고 아파트도 찾아가고 양로병원을 갈 때도 있고요.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 전문적인 도움이 되지도 않겠지만 사시는 곳을 찾아가 그저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거죠.
아프실 때는 특히 찾아 뵈려고 신경을 씁니다. 나이가 들어 아픈데 집에 홀로 계시면 얼마나 서러우시겠어요? 이런 때 두유나 죽 같은 것이라도 들고 병문안을 가면 좋아하세요. 우울해서 누워 계실 때 꽃을 사들고 방문하면 환하게 웃으십니다.”
김재왕 원장은 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예수 일터’라는 크리스천 모임에 참석한다. “어떻게 하면 신앙을 일터에서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가”를 놓고 독서와 나눔을 통해 영적 성장을 꾀하는 자리다.
“우리 표어가 ‘행복한 노후, 건강한 웃음’이에요. 미래를 위한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그런 것보다도 LA와 밸리 두 곳에서 저희에게 오시는 어르신들이 노후를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웃으면서 지내시길 바랄 뿐입니다.”